[세상보기] 제멋대로 판단하지 않고 제대로 판단하기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 제멋대로 판단하지 않고 제대로 판단하기

유낙준 대한성공회 관구장·대전교구장

  • 승인 2020-07-30 09:55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유낙준
유낙준 주교.
판단할 때 가장 먼저 자기 경험을 토대로 판단을 합니다. 그러나 자기 경험이 주관적이기에 부분적이거나 편파적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 경험 안에만 머문다면 '제멋대로 판단하는 사람'으로 이해받기 쉽습니다.

요즈음 기성세대들이 젊은 세대를 기성세대의 시각으로만 판단할 때 '제멋대로 판단하는 기성복 입은 사람'이라고 하며 외면받는 일이 종종 일어납니다.

젊은이와 잘 통하는 기성세대이고자 하면서 젊은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어떻게 판단을 하는지에는 관심이 없다면 젊은이와의 소통이 어려운 사람입니다.

자기 경험을 소중히 하면서 다른 사람의 경험에는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면 대개 기성세대의 낡은 삶의 방식을 고수하는 젊은이와 소통이 안 되는 사람인 것입니다.



긴 시간 만난 사람일수록 서로에게 판단의 근거를 긴 시간만큼이나 많이 가지고 있습니다.

긴 문장의 첫 단어의 표현으로도 상대에 관한 판단을 쉽게 내릴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긴 문장 전체를 듣지 않고 생략한 채로 해석을 내리다 보니 오해를 자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그래서 오랫동안 만난 사람보다는 처음 만난 사람에게 더 자신의 속을 펼쳐 보이기도 합니다. 오랫동안 만난 사람에게서 제대로 된 판단을 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판단을 받기 위해 처음 만난 사람에게 더 속을 펼치는 것입니다.

오랫동안 만났다는 근거가 제멋대로 판단하는 근거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오랫동안 만났다는 것이 제대로 판단을 하기에는 좋을 수 있지만 제멋대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제대로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는 제대로 판단해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려 하는 데 있습니다.

제멋대로 판단하면 상대방의 생명을 살리지 못할 수도 있어서 제멋대로 판단하는 것이 위험하다는 것입니다. 한 사람의 생명이라도 놓치지 않고 살기를 원한다면 제멋대로 판단하기를 내려놓아야 합니다. 생명을 귀히 여기는 자리에 인류가 있기 때문입니다. 생명으로 인간은 어디에 있든지 서로 연결된 존재입니다. 그렇게 제멋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을 우리가 좋아하는 이유가 무엇 때문일까? 제멋대로 판단하지 않는 사람은 안전하기 때문입니다.

우리의 얘기를 들어주기에 안전하고, 우리가 얘기하는 동안 중간에 말을 자르지 않기에 안전하고, 우리에게 위압감을 주면서 듣지 아니하기에 안전하기에 좋아하는 것입니다.

최근 2020년 6월 29일에 의원 발의한 차별금지법안 제3조(금지대상 차별의 범위) ① 이 법에서 차별이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행위 또는 경우를 말합니다.

제 1호안의 내용이 아래와 같습니다.

'합리적인 이유 없이 성별, 장애, 나이, 언어, 출신 국가, 출신 민족, 인종, 국적, 피부색, 출신 지역, 용모 등 신체조건, 혼인 여부, 임신 또는 출산, 가족 및 가구의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또는 정치적 의견,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 성별 정체성, 학력(學歷), 고용형태, 병력 또는 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이하 성별 등이라 한다)을 이유로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의 영역에서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분리·구별·제한·배제·거부하거나 불리하게 대우하는 행위.'

많은 실수와 어리석음을 저지르는 가운데 역사는 생명을 살리는 데 온 힘을 기울여 왔습니다. 힘 있다고 우기고 돈 많다고 제멋대로 한 그동안의 시간과 같이한 아픔들이 사라지길 바랍니다.

생명을 살리는 데는 많은 지혜가 필요합니다. 제멋대로 판단하지 않고 제대로 판단하여 생명을 살리는 한반도이기를 기대합니다.

/유낙준 대한성공회 관구장·대전교구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3.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