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자 뜻은 苛(매울 가, 사나울 가) 政(정사 정) 猛(사나울 맹) 於(어조사어) 虎(범 호).
이 이야기는 예기(禮記) 단궁하편(檀弓下篇) 공자가어(孔子家語))에 기록되어 있다.
이 고사성어는 가혹한 정치의 폐해(弊害)나 공직자의 양심까지도 버린 부정부패(不正腐敗)를 비유하기도 한다.
중국(中國) 춘추시대(春秋時代) 말엽, 나라마다 기강이 어지러워져 하극상(下剋上)하는 자들이 많았다. 노(魯)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부(大夫)벼슬을 하는 계손자(季孫子) 같은 자는 백성(百姓)들에게서 세금(稅金)을 가혹(苛酷)하게 거두어들여 엄청난 부(富)를 누리고 있었다. 그는 그 나라 군주(君主)보다 부(富)가 많았다.
하루는 공자(孔子)가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의 어느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데 갑자기 슬피 우는 한 부인의 소리가 들렸다. 공자는 수레에 몸을 기댄 채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명하여 부인이 울고 있는 이유를 알아오게 하였다.
자로가 가까이 가보니 소복을 한, 한 부인이 이제 막 조성한 듯한 무덤 앞에서 매우 슬피 울고 있었다. 자로가 그 부인에게 묻기를
"부인께서 마치 슬픈 일을 거듭 당하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그 부인은 "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몇 년 전에 저의 시아버님께서 호랑이에게 화를 당했는데 작년에는 남편이, 그리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에게 잡혀 먹혔답니다." 자로가 공자에게 보고하니 공자가 가까이 와서 부인에게 물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왜 다른 곳으로 이사(移徙) 가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부인은 "그 이유는 그래도 이곳에 살고 있으면 무거운 세금(稅金)을 내거나 못된 벼슬아치에게 재물을 빼앗기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요."
공자는 이 말을 듣고 깊이 느끼는 바가 있어 제자(弟子)들에게 이렇게 일깨웠다.
"너희들도 가슴에 잘 새겨두어라. 가혹(苛酷)한 정치(政治)는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욱 무섭다는 것을 말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이자 정치가였던 다산(茶山) 정약용(丁若鏞)은 당시 부패한 관리들의 횡포를 통렬하게 비판하는 내용이 담긴 시(詩) 9편을 지었는데 그 중 애절양(哀絶陽)이란 시(詩)는 가히 그 시대를 잘 조명했음을 알 수 있다.
<전략(前略)>
'자식을 낳고 사는 이치는, 하늘이 준 것이요
하늘의 도는 남자 되고, 땅의 도는 여자 되는 것이라.
거세(去勢)한 말(馬)과 거세(去勢)한 돼지(豚)도 오히려 슬프다 할 만한데
하물며 백성이 후손 이을 것을 생각함에 있어서랴.
부자 집들 일 년 내내 풍악 울리고 흥청망청
이네들 한 톨 쌀, 한 치 베 내다바치는 일 없네.(세금을 내지 않네)
다 같은 백성인데 이다지 불공평하니
객창에 우두커니 앉아 시구편(?鳩篇)을 거듭 읊노라.'
당시의 관리들은 뱃속의 아이, 죽은 사람, 심지어는 기르는 개에게까지 세금을 물리는 혹정(酷政)에 울분을 참지 못하고, 자식을 많이 낳아 무거운 세금을 바치는 원인이 자신에게 있다고 개탄하면서 절양(絶陽/자식을 많이 낳은 자책으로 자신의 성기를 자르는 행위)한 남편을 부여잡고 울부짖는 아내의 절규는 이 시대 정치가 만들어낸 비극이 아닐 수 없다.
또 하나, 학정의 시대상을 시로 풍자한 유명한 춘향전의 어사 이몽룡의 시를 보자.
金樽美酒千人血(금준미주천인혈) 금 동이에 담긴 맛난 술은 천 사람의 피요
玉盤嘉肴萬姓膏(옥반가효만성고) 옥쟁반의 좋은 안주는 만백성의 기름이라
燭漏落時民漏落(촉루낙시민루낙) 초의 눔물 떨어질 때 백성의 눈물 떨어지고
歌聲高處怨聲高(가성고처원성고) 노래 소리 높은 곳에 원망 소리 드높도다.
조선왕조는 후기 들어 임오군란, 동학혁명 등, 지방수령과 아전들의 지독한 세금 탈취와 가혹한 백성탄압으로 수많은 백성들이 고통 받은 역사를 기억하고 있다. 이제 새로운 시대, 새로운 질서, 새로운 지도자 등 많은 변화가 이 땅에 뿌리 내렸건만 정치적 변화만은 아직 옛 그대로이다.
아직도 권력을 이용하여 아랫사람을 무시하고 가혹하게 대하는 이른바 '갑질'과 '반목(反目)'만은 구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위정자들은 크게 반성해야 할 것이다.
요즈음은 조선시대 가혹한 세금보다 더한 '세금폭탄'시대라고 한다.
말로는 항상 '국민을 위하여'라고 하지만 실제는 권력을 즐기는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한국 정치행태가 안타까울 뿐이고, 그 속에서 고통 받는 백성들은 원망할 여력조차 잃어버린 세월이 오래되어 이제는 포기와 절망과 한숨으로 살아가는 듯하다.
국민들이여!
엷은 단물에 현혹되어 중요한 결단을 잘못 행사하면 고통 속의 신음은 계속될 것이다.
장상현/ 인문학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