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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그때를 대비해 마무리 짓지 못한 일들을 하나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미납된 관리비를 납부하고 유서를 쓰기도 하고 '못다한 말'이라는 목록도 작성했다. 옛 친구, 첫사랑, 엄마 등…. 그들 이름 옆에는 예전엔 하지 못했지만 기회가 되면 하고 싶었던 말을 적었다. 그러고 나서 그 사람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못다한 말'을 전했다. 그는 전화를 건 이유에 대해 "바이러스 때문이야. 모든 게 불확실한 분위기에서 집에 계속 혼자 지내다 보니 생각하게 되더라"며 그들에게 설명했다.
#소설 속 미래=먼 미래의 어느 날, 학교에서 한 아이가 분노에 찬 표정으로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라고 소리쳤다. 그러자 같이 놀던 아이가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라고 외치며 맞받아쳤다. 이를 들은 교사는 그 둘에게 "욕 금지!"라고 말하며 혼을 냈다.
아주 아주 오래 전, 전 세계 수백만 명이 치명적인 바이러스에 걸린 '팬데믹'으로 큰 피해가 있었다. 그 팬데믹 기간 동안 사람들은 서로에게 '모든 게 괜찮아질 거예요'라고 위로하며 희망을 주고 받았다. 그땐 그게 바이러스가 빨리 사라지고, 사람들이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가길 바라는 마음을 기원하는 말이었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죽었고 모든 게 괜찮지 않았다. 이후 '모든 게 괜찮아질 거야'는 말은 원래의 뜻을 비꼬듯 반대의 의미로 쓰이게 됐고, 몇 백 년이 지나 아주 심각한 비속어로 자리 잡게 됐다. '나쁜 단어'가 아닌 '나쁜' 단어가 된 것이다.
지구촌을 순식간에 비탄의 소굴에 빠뜨린 코로나19 바이러스. 확산 초기인 지난 3월 유럽에서 가장 큰 피해를 입었던 이탈리아가 전 국민 이동제한명령을 내렸다. '소설 코비드-19'는 집에 갇혀 지낼 수밖에 없던 이탈리아의 한 작가가 자신이 겪고 있는 현실을 기록하기로 결심하고, 격리기간 동안 하루 한 편씩 초인적인 노력으로 쓴 글을 모은 책이다. 세계 최초의 코로나19 소설은 이렇게 탄생하게 됐다. 아직까지 진행중인 '코로나19 사태'. 작가는 서문에서 "이 소설집에 실린 이야기들이 지금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치유하는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썼다.
#현실 속 현재=등교같지 않은 짧은 등교개학 기간이 지나고 여름방학이 시작됐다. 지난해 뜨거웠던 여름엔 주말마다, 그리고 방학기간 내내 온가족이 인근 야외수영장들을 돌며 '물놀이 쇼핑'을 즐겼었다. 올해는 코로나19 때문에 물놀이는 엄두도 못내고, '기운찬' 초딩 둘과 함께 슬기로운 방학생활을 어찌 보내야할지 고민스럽기만 하다.
얼마 전 밤잠을 설치며 두 아아의 자는 모습을 보다 문득 '만약 우리 가족 중 한 명이라도 코로나에 감염되면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으로 공포감에 휩싸인 적이 있다. 아무리 조심한다고 해도 누구든 걸릴 수 있고, 언제든 나에게도 닥칠 수 있는 현실이기 때문이다.
올 초 확진자 수가 대구·경북에서 폭발적으로 늘어날 당시 감염된 어린 딸을 간호하기 위해 감염 위험을 무릅쓰고 한 병실에서 간병한 엄마에 대한 뉴스가 보도된 적이 있었다, 4살짜리를 혼자 격리병실에 둘 수 없었던 엄마는 병원에서 딸을 직접 간호하기로 결심하고 마스크와 고글, 보호장갑에 방호복과 덧신까지 신고 격리병실에서 24시간 아이를 돌봤다. 다행히 아이는 회복됐고 엄마도 감염되지 않아 입원 9일 만에 둘 다 건강하게 퇴원해 감동을 주었다. 반면 감염병으로 숨졌다는 이유로 제대로 장례조차 치르지 못하는 유족들과 병상이 없어 집에서 죽음을 맞은 환자 등 가슴 아픈 사연들 또한 넘쳐나 필자의 마음에도 걱정과 진한 상처를 남겼다.
지난 7개월은 7년치의 역경을 한꺼번에 겪은 듯 다사다난했다. 그래도 백신과 치료제 개발에 지구촌이 국경을 넘어 똘똘 뭉치고 있어 '코로나 종식'이 먼 미래는 아닌듯 하다. 현실의 미래는 소설과 다르게 '모든 게 괜찮아지길' 희망해 본다.
현옥란 편집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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