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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동 지음│작은숲
『만다라』의 작가 김성동이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한국 현대사를 꿰뚫는 아픈 집안 이야기를 한 권의 소설집으로 펴냈다. 1979년에 발표된 「엄마와 개구리」를 비롯해 발표될 때마다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11편의 중단편이 수록됐다.
한국전쟁 전후 극한적 이념 대립으로 풍비박산이 난 김성동 가족의 아픈 이야기를 모은 이 소설집은 일제강점기 좌익 독립운동가였던 아버지 김봉한과 남편의 순수한 이상에 동조해 인민공화국 시절 조선민주여성동맹 위원장을 했던 어머니에 관한 다큐멘터리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앞표지에는 1992년 71세였던 어머니의 사진을, 뒤표지에는 아버지가 스무살이던 1936년에 조선공산당 입당원서에 붙이기 위해 찍었던 사진을 실은 것 역시 책의 의미를 포괄한다.
대전 형무소에 수감 중이던 작가의 아버지는 1950년 6월 대전의 골령골에서 학살당했고, 그 이후 그의 가족은 빨갱이라는 비난을 감수하며 참혹한 세월을 견뎌야 했다. 수록 작품 중 아버지의 행적을 그린 중편소설 '고추잠자리', 인민공화국 시절 어머니의 이야기를 생생하게 복원한 중편 '멧새 한 마리'에는 1951년에 국가보안법 등으로 기소됐던 어머니의 재판 기록 등이 원문 그대로 실렸다. '풍적(風笛)'은 연재 당시 라틴아메리카 작가 마르케스류의 '마술적 리얼리즘'이라며 주목을 받았지만, 지주가 9할을 그리고 소작농이 1할을 먹는 토지 문제를 비판하며 조선공산당 정강정책에 담긴 소작농 7 지주 3을 담았다는 이유로 연재가 중단되기도 했다.
김성동 소설에는 지금은 사용하지 않는 우리말이 자주 등장하는데, 대표적으로 '풀솜할머니', '꽃두레'라는 단어가 그 예이다. 풀솜처럼 따뜻한 사람이 '외할머니'이고, 꽃으로 둘러싸인 사람이 '처녀'이고 보면 고개가 자연 끄덕여진다. "우리말을 지키는 것은 작가들의 사명"이며 "우리말이 사라지면 우리 역사도 사라지는" 것이라고 강조하는 작가의 말은, 가족의 역사에서 한국사의 아픔까지 품어낸 그의 글이 지닌 진정성 그 자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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