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이기심의 극치, 알박기 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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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이기심의 극치, 알박기 텐트

  • 승인 2020-07-27 10:22
  • 수정 2021-05-13 12:19
  • 이건우 기자이건우 기자
코로나 19 악몽의 시대가 반년을 지나고 있다. 앞으로 연대표시로 코로나 19 발생 전후를 사용해도 무방할 정도로 생활에 대변화를 초래했다. 숨 쉬듯 당연하던 것들을 감염위험이 없나 따져봐야 하니 말이다. 즉 사람 간에 일정한 간격을 강요받게 됐다.

이렇듯 사회적 거리두기가 강조되니 산과 바다에서 짧은 여행을 즐기는 캠핑족이 급증했다. 화장실, 수도시설이 편리하고 경치가 아름다운 이름난 야영장에 사람이 몰린다. 휴일이나 주말의 경우에는 미리 몇 주 전에 예약을 해야 할 정도다.

이런 캠핑 중에서 차량을 이용해 훌쩍 떠나는 차박 여행이 뜨고 있다. 별다른 물품을 준비할 필요 없이 비용 지출 없이 차에서 잠을 잔다는 것이 매력 포인트다. 유트브 등 SNS에는 차박 하기 좋은 장소, 이른바 차박 성지에 대한 관련 정보가 넘쳐날 정도로 흥행몰이다.

기자도 시간이 허락되는 날에는 차박 여행을 즐기고 있다. 이제 막 발을 디딘 초보라 대전의 노루벌, 옥천 적하리, 금산 적벽강 등 1시간 내외의 가까운 곳을 주로 다니고 있다. 처음에는 그저 즐거웠다. 나무와 풀이 우거지고 유유히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는 것만으로 스트레스가 해소됐다. 하지만 차박 여행 횟수가 늘수록 자신만 즐기려는 일부 얌체족들 때문에 꼴불견이 반감했다.



꼴불견 중 하나가 고성방가다. 사생활에서 정치 이야기까지 두서없이 떠드는 소리가 시장통처럼 소란스럽다. 앰프를 설치하고 노래로 내기를 하는 일행도 경험한 바 있다. 몰래 버리고 가는 쓰레기 문제도 심각하다. 음식물이 부패해서 날벌레가 끼는 것은 물론 역겨운 악취가 진동한다. 눈에 잘 띄지 않는 풀숲에 숨겨진 쓰레기 더미는 좋았던 기분을 시궁창으로 처박는다. 특히 텐트 치기 좋고 전망이 좋은 장소를 독차지한 알박기 텐트들은 분노지수를 한없이 높인다. 일부 텐트는 얼마나 오랫동안 방치 했던지 먼지가 소복해 지저분하고 훼손돼 있기도 하다. 이용도 안 할 거면서 자리 만 차지하고 있으니 이기심의 극치다.

울산 주전가족휴양지는 해변과 울창한 소나무 숲으로 인기 많은 무료 야영지다. 그런데 곧 유료화로 전환된다고 한다. 이유는 텐트를 설치해 놓고 잠시만 이용하는 장박 텐트로 이용자 간 갈등이 빈번하고 민원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대전 서구청에서 상보안 유원지에 설치된 장박 탠트 등을 말끔히 처리해서 캠핑족들에게 "통쾌하다. 일 잘하는 공무원들"이라는 칭찬을 받은 사례도 있다고 한다.

자신이 존중받으려면 남을 배려해야 한다. 캠핑도 마찬가지다. 다른 캠핑족을 배려해야 자신의 캠핑도 방해받지 않을 것이다.

너도나도 알박기를 한다면 각종 법적 규제가 반드시 뒤따를 것이기 때문이다. 차박 캠핑족의 한 사람으로서 주전가족휴양지의 사례가 되풀이되지 않기 바란다.
이건우 기자 kkan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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