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그런데 과연 세종시로 청와대와 국회가 내려오는 것이 위헌일까? 법률가로서 2004년도 헌법재판소의 '신행정수도의 건설을 위한 특별조치법' 위헌확인 결정은 현재까지도 도저히 받아들이기 어렵다.
우리나라는 성문헌법을 가지고 있는 국가이고, 관습헌법이라는 개념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이는 성문헌법을 보충하는 정도에서 인정돼야 한다는 건 법률을 조금이라도 배운 사람이라면 다들 알고 있는 일반적인 사항이다.
헌법은 국민의 정치적 합의를 최소한으로 규정한 것이고, 그렇기에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원들이 만든 법률조차도 헌법에 위반된다면 대통령이 임명한 헌법재판관들이 위헌으로 결정해 그 효력을 무력화할 수 있는 권위가 인정되는 최상위의 규범이라는 것이다.
그렇기에 대통령은 헌법을 준수하겠다는 선서를 하고,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따라 심판한다. 결국, 헌법은 아주 중대한 국민적 합의의 결과를 함축적으로 최소한의 것만 규정하게 되는 것이고, 반대로 사소한 것들은 헌법에 나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물론 국민의 헌법적 결단의 의사가 성문헌법으로 표현된 것이기에, 그러한 헌법적 결단이 있다면 관습헌법으로 인정될 수도 있을 것이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로서는 관습헌법의 존재를 확인할 의무가 있고, 이를 통해 법률의 위헌 여부를 가릴 수도 있다.
그런데 헌법은 국가의 조직에 관한 사항이나 국가기관의 권한 구성에 관한 사항, 개인의 국가권력에 대한 지위 등을 규정한 것이기 때문에 과연 수도가 헌법사항인가하는 건 여전히 의문이다.
헌법재판소는 위 결정에서 헌법기관의 소재지, 특히 대통령과 의회의 소재지가 실질적 헌법사항이라고 판시했는데, 이는 인터넷이 발달한 현대사회에서 쉽게 받아들이기 어려운 고리타분한 인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조선시대 이래로 600년간 서울이 수도라는 국민적 인식이 있다고도 판시했는데, 그 이전 고려 때에는 개성이 수도였음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 나아가 헌법재판소는 서울이 수도라는 것이 너무나 명확하기에 헌법에 적시할 필요가 없었다는 건데, 과연 그럴까?
위 결정이 있었던 당시의 시대 상황을 생각해보면 서울에 사는 다수의 시민이 수도이전을 반대했고, 이를 제안한 당시 노무현 대통령이 많은 사람에게 무시당했기 때문에 헌법재판소에서 관습헌법이라는 이상한 논리를 거리낌 없이 펼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이제는 그래선 안된다. 국가의 균형발전을 이루지 못한다면, 서울의 아파트값 폭등만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도 내전이 일어나고 분열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해야 한다.
미국은 수도가 워싱턴이고 호주의 수도는 캔버라지만, 미국은 뉴욕이 더 유명하고 호주는 시드니가 더 유명하다. 서울에서 대통령과 의회가 세종으로 내려간다고 해서 서울보다 세종이 더 유명해질 수는 없다.
정말 다행인 건 서울시민들의 의식 수준이 위헌결정 당시와는 많이 달라졌다는 여론조사가 있다는 것이고, 2004년도의 헌법재판관들은 모두 퇴직했기에 헌법재판소에서 같은 취지의 결정이 재현될 가능성도 없어졌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집값을 잡는 것에 실패했던 이유가 행정수도 이전이 안됐기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다만, 이왕에 수도이전 문제가 거론된 것을 계기로 국가의 균형발전을 다시 한번 중요한 정치적 아젠다로 삼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이제 와서야 수도이전을 들고나오는 것이 너무 늦은 감이 있을 뿐만 아니라 대선을 염두에 두고 나온 전략이라고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통합당이 이러한 수도이전 논의에 대해 평가절하하는 것도 이해되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수도이전은 당리당략 차원에서 접근할 문제가 아니기에 통합당도 평가절하할 것만은 아니다. 정치권에서 수도이전을 비롯한 국가균형발전에 대한 깊은 논의와 실천이 있기를 기원한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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