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하는 동마다 각기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서구청에서 정해준 업체와 무조건 계약을 해야 한다고 못을 박아놔 감리업체에서 다소 과도한 계약금을 제시해도 '울며 겨자 먹기'로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다.
정비업계에 따르면, 해체공사 허가제를 도입한 건축물관리법령이 지난 5월 1일부터 시행됐다. 해당 법령의 주요 내용은 허가대상 건축물 해체공사 감리 의무화다. 이에 따라 특정 조건에 해당하는 건축물 해체 시 감리자를 선정해 철거해야 한다. 바닥면적 합계 500㎡ 미만, 높이 12m 미만, 지상층과 지하층을 포함해 3개 층 이하인 건축물은 허가를 받아야 함과 동시에 감리자를 선정해야 한다.
해체공사 감리자 신청은 '건축사법' 또는 '건설기술진흥법'에 따라 감리자격을 가진 업체가 할 수 있다.
해체공사 감리자 선정은 각 자치구에서 수행한다. 자치구가 대전에 있는 업체 한곳을 선정하면 조합은 해당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 용문 1·2·3구역의 경우 서구청이 해체감리 업체를 선정한다.
문제는 '무조건' 그 업체와 계약을 맺어야 한다는 것이다. 해당 업체가 문제점이 있어도 꼭 그 업체와 계약을 성사시켜야 한다.
또 하나의 건축물의 바닥면적이 500㎡ 미만, 높이 12m 미만인 경우 무조건 한 업체가 해당 감리 업무를 맡아야 한다는 문제점도 있다.
예를 들어 해당 기준을 만족하는 건축물이 100개 동이 된다면 100개 업체와 모두 계약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용문 1·2·3구역의 경우 앞으로 60개 동을 철거해야 하기에 60개 업체와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계약금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도 문제다. 조합에서 금액을 산정하는 방식과 업체가 산정하는 방식이 다르다 보니 계약금 협상에 시간이 걸리게 된다. 이는 곧 철거 지연, 분양 지연으로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뜻이다.
용문 1·2·3구역 조합 관계자는 "철거를 위해 한 업체와 협상을 진행했는데, 다소 무리한 금액을 요구해 서구청에 업체변경 요청을 했지만, 서구청에서 무조건 그 업체와 계약하라고 말했다"며 "올해 말 분양을 앞둔 상황에서 철거를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어, "철거해야 할 동이 60여 개나 되는데, 각기 다른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니 협상도 늘어지고 사업도 늘어지고 있다"며 "구미시 원평 1구역, 용인 8구역, 수원 111-13구역 등은 한 동 한 동이 아닌 커다란 한 묶음으로 인정해 감리자 선정 절차를 간소화했는데, 서구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라 모든 업체와 계약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법상으로는 자치구가 정해주게 돼 있고 한 동마다 업체와 계약을 맺어 감리를 붙여야 하지만, 신속성이 생명인 정비사업장에서 이러한 이유로 사업이 지연된다는 건 매우 심각한 문제"라며 "빠른 제도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고 했다.
이와 관련, 서구청 관계자는 "과도기라 법에 따라 적용할 수밖에 없다"며 "조합의 애로점은 충분히 공감한다. 서구는 관련자들의 의견 수렴을 통해 현재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현 기자 larc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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