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룩진 접시 위 사과 빛이 바랬다
사과 껍질을 벗긴다
쇠꼬챙이로 가슴이 찔리는 듯
통증에 아리다
상처에서 진물이 나오고
꾸역꾸역 마음마저 적신다
햇볕에 마른 껍질
벌레가 먹은 껍질
흐느적흐느적 떨어지고
묻혔던 속살이 보인다
은은한 향이 가득하다
첫 키스는 달콤하고
하늘은 푸르다
부드러운 바람이
꽃들을 흔드는 벌판에서
추억이 손을 잡는다
우리는 마주 보며
한없는 길을 따라 그때를 걷는다
하얗고 하얗던 그 거리를
사과를 깎는다
상한 껍질을 버리고
하얀 세상을 찾으려고
오늘도
날카로운 칼로
빛바랜 세월을 벗겨내고 있다
深幽 조두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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