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
김신회 지음│민음사
삶을 매일 다양한 이벤트로 채우기란 어렵다. 생활을 유지하기 위한 일상은 대부분 필연적으로 단조롭고 심심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 단순함에서 나온 글은 생각의 깊이를 더하고, 공감의 폭을 넓히기도 한다. 자신과 크게 다르지 않은 사람의 이야기가 스스로의 일상을 돌아보게 하기 때문이다.
『보노보노처럼 살다니 다행이야』, 『아무튼 여름』 등의 에세이집을 통해 수많은 독자의 공감을 이끌었던 김신회 작가는 새 책 『심심과 열심』에서 "심심한 일상을 열심히 쓰는 것, 그게 바로 에세이다!"라고 말한다. 에세이스트로 13년째 활동하며 1년에 한 권 꼴인 열세 권의 책을 출간한 그가 밝히는, 글 쓰는 삶에 대한 철학이다.
대부분 사람들의 일상이 그렇듯 작가의 하루 역시 단조롭고 심심하다. 작가는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 아침을 간단히 먹고 침실 옆 '작업방'으로 출근한 뒤 하루에 5~6시간 일한다. 쉴 때는 운동을 하거나 사람들을 만나고 작업을 마친 뒤에는 짧은 여행을 떠난다. 겉으로 보기에는 매일 비슷한 모습으로 굴러가지만 그의 마음만은 늘 치열하다. 작업 방식에도, 퇴고에도 원칙이 있으며 마감 한 달 전까지 자신만의 마감을 따로 만들어 결코 마감일을 어기지 않는다.
책에는 긴 세월 꾹꾹 눌러 담아 단단해진 그의 글쓰기 신조와 생활의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글쓰기의 시작을 망설이는 이들을 위해 노하우를 서술하기 보다는 글쓰기를 둘러싼 고민의 흐름을 풀어 썼다. 첫 문장보다 끝 문장이 중요한 이유, 초고가 되는 일기, 마감을 지키는 방법 등도 목차마다 자세하게 이야기한다. 또 후배, 동료 작가들을 고려하며 업무를 수락할 때 원고료를 먼저 묻는 것, 익명을 상정하고 썼음에도 상처받을 이를 고려하여 글을 발표하기를 망설이는 일, 기쁜 일을 나눌 때마저 아파하는 이는 없을지 말들을 헤아리는 일은 글을 쓸 때 고려해야 할 태도뿐만 아니라 일상 속 숱하게 부딪치는 수많은 고민들에까지 맞닿아 있다.
작가는 "책을 읽다가 문득 마음이 움직여 컴퓨터 전원을 켜 한글창을 열거나 구석에 던져 둔 수첩을 꺼내 무언가를 끄적이는 사람이 있다면 기쁠 것"같다며 누군가 "그 시간을 보내는 동안 스스로를 아끼고 자신의 글을 사랑하게 된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고 말한다. 좋아하는 일을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더 나아가 그것을 지속하기 위해 어떤 태도가 필요할지를 깨닫게 하는 힘이 전해진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