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진 작가 "WWⅡ 추상 연작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것"

  • 문화
  • 문화 일반

김병진 작가 "WWⅡ 추상 연작은 인간성 회복에 대한 것"

정명희미술관에서 정예작가 초대전 31일까지
판화지에 수묵작업 고집, 붓보다 손으로 표현
숫자와 승리, 인권에 대한 키워드 그림에 담아

  • 승인 2020-07-23 16:17
  • 신문게재 2020-07-24 8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김병진 작가
22일 정명희 미술관에서 만난 김병진 작가. WWⅡ 추상 연작은 세계2차대전과 인간학살 등을 주제로 한다.
마치 고대 벽화를 보는 듯한 기분이 든다. 가까이 다가서면 고통에 몸부림치는 인간의 아우성이 들리고, 한 발 더 다가가면 지문과 숫자로 암호화된 시대의 아픔이 읽힌다. 고통을 딛고 마침내 승리를 향해 뻗은 사람들의 두 손은 인간성 본질 탐구를 향한 반성과 연민 그리고 진리를 탐닉하게 한다.

대전 출신으로 묵묵히 수묵의 길을 걷고 있는 김병진 작가가 오는 31일까지 정명희미술관에서 정예작가 초대전을 이어가고 있다. 김병진 작가는 수묵 동양화를 기본으로 풍경, 정물, 추상 세 장르를 모두 그린다. 이번 정예작가 초대전에서는 '2차 세계대전(World WarⅡ)'을 주제로 하는 추상 연작 18점 선보인다.

김병진 작가는 "그림의 주제는 2차 세계대전과 인간학살이다. 그림을 자세히 보면 살고자 몸부림치는 모습, 감옥에서 탈출하기 위해 손톱으로 벽을 긁어내리는 모습이 연상된다. 자기를 너무 비관하면 죽고, 스스로 인간성을 회복하고자 하면 삶의 충동을 느끼는 것처럼 그림을 통해 인간성 회복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수묵 작업에 지문을 하나하나 찍어낸 연작 시리즈는 세계를 강타한 최악의 바이러스 코로나19와도 연결고리가 있다.



김 작가는 "브라질이나 미국에서는 코로나19 사망자들을 해변이나 섬에 묻고 있다는 뉴스를 본 적이 있다. 그리고 유럽 수용소에서는 죽은 사람을 매장할 때 켜켜이 쌓는 방식을 사용했다는 기록도 봤다. 이 작품은 사각 틀에 일일이 지문을 찍는 작업으로 진했는데 지문 하나하나가 개인의 모습, 매장된 사람을 연상케 한다. 기록과 자료를 통해 현시대의 현상을 통해 나는 이미지텔링을 쌓아가고 있다"고 세계관을 설명했다.

작가의 작품은 손을 붓 대신 활용한 점이 특징이다. 수용소 사람들처럼 발버둥 치듯 캔버스를 긁어내기도 하고, 열 맞춰 찍힌 손의 이미지만으로 삶에 대한 열망 혹은 의지를 꿈틀거리게 한다.

김 작가는 "아픈 기억이나 왜 무서운 주제로 그리느냐는 이야기를 종종 듣는다. 우리가 평화롭게 살려면 아픈 것을 되돌아보고 나서야 평화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솔직히 이야기하자면 더 무섭게, 더욱 어둡게 그리고 싶다. 이 그림들을 통해서 평화를 서로를 존중해야 함을 깨닫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말했다.

작가는 프랑스 유태인 박물관에서 희생자들 이름이 쓰인 하얀 대리석 비석을 본 적이 있다. 그 이후 숫자를 차용해 그림에 표현했다. 숫자는 세계 공통기호로 이질감이 없고, 각자의 해석이 가능하고, 시간적 의미도 담을 수 있기 때문이다.

김병진 작가가 정명희미술관에서 정예 작가로 초대전을 갖게 된 것에도 큰 의미를 두고 있다.

작가는 "대학교 4학년 때 수묵화를 그리다 먹을 잘 못 찍는 실수를 해 그림을 해결하지 못한 적이 있다. 당시 담당 교수셨던 기산 정명희 선생님은 실수한 부분에 어울리게 그림을 수정하면 된다며 명쾌한 해답을 제시했다. 실수를 실수가 아닌 것으로 바꾸는 작가의 기지를 배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양화에서 가장 중요한 비움 혹은 여백에 대한 깨달음, 나만의 세계를 찾으라는 기산 선생님의 조언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효한 가르침"이라고 존경심을 드러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KakaoTalk_20200722_144622685
WW2_Holocaust Auschwitz. 100+70㎝㎝ lnk and paper on canvas 2017
KakaoTalk_20200722_144623374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2. 남서울대 ㈜티엔에이치텍, '2024년 창업 인큐베이팅 경진대회' 우수상 수상
  3. 한기대 생협, 전국 대학생 131명에 '간식 꾸러미' 제공
  4. 단국대학교병원 단우회, (재)천안시복지재단 1000만원 후원
  5. 남서울대, 청주맹학교에 3D 촉지도 기증
  1. 1기 신도시 첫 선도지구 공개 임박…지방은 기대 반 우려 반
  2. 아산소방서, '불조심 어린이 마당' 수상학교 시상
  3. 올해 대전 분양시장 지형도 도안신도시 변화
  4. 아산시가족센터 둔포분원, '둔포유(ForU)' 성료
  5. "전국 검객들 한 자리에"… 2024 대전시장기 펜싱대회 성료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