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선임연구위원 |
찐빵에서는 앙꼬가 핵심이다. 어떤 물건이나 일에는 핵심이 있기 마련이다.
대전 도시철도2호선 트램사업에서 앙꼬이자 핵심은 차종 선정이다. '이미 트램으로 결정되지 않았는가?'라고 하는 분이 계실지 모르겠다.
여기서 차종은 트램차량(vehicles' type)중에서 어떤 기술, 어떤 브랜드의 트램차량을 선택할 것인가의 문제다.
트램이 다 거기서 거기 아니겠는가? 그렇지 않다. 승용차만 보아도 겉으로는 모양이나 기능이 비슷해 보이지만 경유차도 있고 전기차도 있다. 브랜드에 따라 차량 모양과 내부는 얼마나 차이가 많은가? 트램도 종류나 기술이 제각각이다.
트램은 동력원에 따라 공중에 송전선이 지나는 가선방식과 그렇지 않은 무가선 방식으로 구분하는데, 무가선트램은 '배터리방식'과 '바닥에서 전기를 끌어다 쓰는 방식', '작은 배터리로 정류장에서 급속으로 충전하는 방식' 등 3가지다. 차량 제작사는 전 세계적으로 대기업만 10여 개에 이른다. 다만, 배터리방식은 국내기술이기는 하나 상용화가 되지는 않았고, 차량제작사 역시 국내 하나가 있으나 무가선 트램차량 제작 경험은 없다.
이러한 여건에서 차종의 선정이 중요한 이유는 약 1000억 원이 소요되는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 트램사업의 전부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인데 이유는 다음과 같다.
우선, 차종에 따라 시설과 운영이 판이하게 달라진다. 차량에 따라 무게나 힘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예컨대, 배터리차량은 타 차량 대비 10t 이상 무겁기 때문에 노반설계와 공사, 물리적 여건에 제약이 따른다. 수십 군데 별도의 충전시설도 설치해야 한다.
테미고개구간의 경사도가 이슈가 된 적이 있는데, 방식에 따라서는 약간의 경사도 조정만으로 어렵지 않게 운행할 수도 있다. 또한, 어떤 차량이냐에 따라 36㎞의 순환선을 2, 3구간으로 나누어서 운행해야 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트램차량과 관련돼 있다.
트램차량의 결정이 중요한 두 번째 이유는 2호선의 특수성 때문이다. 대전트램은 전국 최초의 상업노선이다. 다른 도시의 선례가 되는 것이며 곧 국내 트램시장에서는 첫 구매자가 되는 것이다. 현재 20여 개 도시가 트램을 계획하고 있다. 조만간 꽤 큰 판의 시장이 열리는 것이다. 차량제작사와 대전시 모두에게 기회요인이 될 수 있다.
예컨대, 트램차량 조립공장을 대전에 설치해서 고용을 창출할 수도 있고 공동구매를 통해 비용을 낮출 수도 있으며, 기술이전을 통한 국산화를 도모할 수도 있다. 역시 트램차량의 선택에 달려 있다.
세 번째는 시민의 안전과 서비스의 질이 결정된다. 트램차량은 150만 명 시민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수단이다. 안전만큼은 극히 보수적으로 접근해야 하는 것이다.
의정부 고가경전철은 겨울 아침 출근시간에 여러 차례 멈춘 적이 있는데, 이때마다 시민들은 20m가 넘는 교량위에서 난간을 잡고 대피해야 했다. 안전과 신뢰성은 대중교통의 생명이다. 잦은 고장과 멈춤이 반복된다면 그것은 곧 트램의 실패를 의미한다.
이 외에도 차량디자인 역시 차량에 따라 달라진다. 기능을 고려한 세련된 디자인은 차량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요컨대, 트램차량의 결정문제는 기술적·전략적 문제이며, 이용자와 운영자를 동시에 만족해야 하는 다차원방정식이다. 몇 번의 자문회의를 통해 결정할 일도, 책임자가 모든 책임을 지고 고독한 결정을 할 일도 아니다. 둘 다 합리적인 방법이라 할 수 없다.
중요한 것은 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하는 결정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입찰시장을 적극적으로 열고,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게 해야 한다. 평가기준은 국제적 기준을 준용해야 함은 물론이다. 객관적인 평가요소 및 모형을 도출하고, 여러 주체가 참여한 상태에서 단계적으로 의사결정을 하는 것이 지금까지 알려진 가장 효율적인 방법이라는 것은 팁이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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