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세화 미디어부 기자 |
부메랑 던지기가 처음이라 나 역시 초반에는 아이처럼 줍기 바빴다. 하지만 회를 거듭할수록 요령이 터득됐다. 하체를 적당히 벌려 든든히 버틴 상태에서 상체에 힘을 빼고 팔과 어깨를 부드럽게 들어 반원을 그리듯 허리를 회전하다가 적당한 시점에서 절도 있게 팔 동작을 끊어준다. 그래야 안정된 포물선이 그려져 원하는 위치까지 부메랑을 보낼 수 있다.
뜬금없게도 부메랑을 던지며 늦둥이를 갖기 전까지 즐겼던 골프의 원리와 다르지 않음을 깨닫게 됐다. 기본기 이후부터는 상체 힘을 얼마나 빼느냐에 따라 구력이 엿보이는 운동이라는 점에서다. '힘 빼는 데 3년'이라며 골프인들 사이 유행어까지 나돌 만큼 몸에 힘을 빼는 건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부메랑이든 골프든 결국 '힘 빼기'가 관건이다.
우리나라 전통무예인 택견도 힘을 빼기 위한 수련법으로 '품밟기'부터 시작한다. 품밟기는 품(品) 자의 삼각형 꼭짓점을 밟는 일종의 '걸음세'다. 무릎을 '굼실' 거리고 몸을 활처럼 휘어 '능청' 거리며 근육을 이완시키는 동작인데, 택견의 모든 기술에 직·간접적으로 적용된다고 한다. 발목과 다리, 어깨, 팔, 목 등 전신에 힘을 빼고 사뿐사뿐 움직여야 상대를 제압할 수 있는 제대로 된 동작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란다.
품밟기는 유연함을 얻기 위한 행위다. '유연(柔軟)'이란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융통성이 있음을 의미한다. 힘을 빼 부드러운 몸을 만드는 것처럼 머릿속에도 힘을 빼야 사고(思考)가 유연해질 수 있다. 머릿속에 '힘이 들었다'를 놓고 강한 정신력으로서 마땅히 그러해야 한다는 뜻으로 비칠 수도 있겠지만, 나는 반대 의미로 고정관념을 비롯해 정신을 어지럽히는 '부정적 상념체'로 해석하고 싶다.
혹여 17세기 프랑스 철학자 데카르트가 주장한 '인간은 생각하는 존재'와 대비시켜 논한다면, 부합될 수 없는 생각체계라 할 말 없다. 다만 '생각한다'라는 인류의 특권적 본질에 충실한 행위로 합리화해 생존에 필요한 것처럼 포장해버리는 망상은 경계해야 할 대상이 아닐까 싶다.
고정관념은 정체돼 굳어버린 상념체다. 선의적 '생각' 뒤에 기생하며 뇌를 교란하는 생각 화석이다. "~ 때문에", "~니까"의 언어화된 변신술로 뇌가 수행하는 모든 결정에 개입한다. 그렇게 온종일, 365일 뇌 속에서 군림한다. 언제든 좋다. 가만히 눈을 감고 뇌의 '품밟기'를 해보자. '굼실~ 능청~ 이크 에크'.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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