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민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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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민주야

방원기 정치부 기자

  • 승인 2020-07-21 19:47
  • 수정 2021-04-30 10:05
  • 신문게재 2020-07-22 18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방원기
방원기 정치부 기자
민주가 사라졌다. 분명 약속 시간에 맞춰 온다고 약속했다. 어딜 갔는지 깜깜무소식이다. 민주는 고 노무현 대통령을 참 좋아했다. 그가 추구하는 민주주의가 좋다며 방긋 웃는 모습이 예뻤다. 뒷쳐져가는 사람을 끌어주고 안아주고, 부족해도 끌고 가려는 손을 놓지 않으려 하는 모습이 사랑스러웠다. 민주는 약속하면 지키는 사람이었다. 난 그런 민주가 돌아오리라 믿었다.

기다렸다. 짧게는 한 시간에서 길게는 두 어 달 내내. 전화도 수차례 했다. 부재중이다. 걱정됐다. 아픈 게 아닐까. 소식이 들려왔다. 민주가 내적 갈등이 심해 몸져누웠단다. 그렇게 시작된 그녀의 내적 갈등은 옷 색깔부터 변화시켰다. 파란색으로 가득했던 옷장에 어느덧 다른 색이 들어서기 시작했다. 변화가 분 것이다. 그랬다. 내적 갈등이 심한 탓에 그동안 연락이 닿지 않았나보다.

수소문 끝에 민주를 찾아갔다. 정말 많이 변했다. 혼란스러울 정도로 바뀌었다. 봉사를 좋아하던 민주가 부쩍 욕심을 부린다. 남에게 나눠주길 좋아하던 그녀가 다른 사람의 음식까지 뺏어 먹는다. 생각보다 문제가 심각했다. 가족이 잘되는 꼴도 못 보겠다고 배 아파한다. 지기 싫어하고, 손해를 조금이라도 보지 않으려는 모습이 훤히 보였다. 충격적이었다. 화합이란 단어가 좋다며 미소 짓던 그녀가 흉악하게 변해버렸다.

민주 가족은 이따금 회의를 연다. 가족들과 있는 자리에서만큼은 예전 모습 그대로라 생각했다. 아니었다. 밥상머리 앞에서 큰소리 한번 안치던 그녀가 가족들과 언쟁을 벌였다. 소시지 반찬 하나라도 더 먹으려고 떼를 쓴다. 가족이 먹는 것만 봐도 배부르다며 해맑게 웃던 그녀였는데, 참 많이도 변했다.



일이 하나 터졌다. 민주 가족은 21명으로 대가족이다. 가족들이 회의를 통해 직책을 분담하기로 했는데 민주가 유독 욕심을 부리며 상대를 비방하기 시작했다. 더 높은 자리를 달라고 떼를 쓰고 급기야 회의까지 불참했다. 민주는 여러사람의 몫을 대신하고 있다. 민주가 없으면 과반수가 채워지지 않았다. 회의 규칙상 절반 이상이 참석해야 하는 터라 회의는 계속해서 미뤄졌다. 급기야 이웃 주민들의 손가락질이 시작됐다. 민주는 이를 의식한듯 회의에 참석했다. 그러나 큰소리는 여전했다. 자신에게 주어진 직책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고레고레 소리를 질렀다. 집안사람끼리 뭉쳐야 제대로 된 '견제'와 '감시'를 할 수 있다고 당당하게 외치던 그녀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민주의 이런 행동 탓에 이미 집안 내 갈등은 골이 깊어졌다. 서로의 잇속을 챙기기 위한 머리싸움은 이미 동네방네 소문난 지 오래다.

대전시의회에 사는 민주에게 한마디만 하고싶다. "민주야. 2018년 6월 나와의 약속을 기억하니. 대전시민을 위해 한 몸 희생하겠다고 한 너의 약속 말이야. 하나만 기억해줄래.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다며 촛불을 들고 거리를 거닐던 그때 그 시절을."
<방원기 정치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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