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전 헌법재판소 위헌 판결 족쇄로 인해 현재까지도 미완의 도시로 남아 있는 세종시를 여당이 명실상부한 행정수도로 격상하기 위한 위한 의지를 비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김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현실화 되기 위해선 개헌이 절대적으로 전제돼야 하는 사안인 만큼 선언적 의미 이상을 부여하기엔 역부족이라는 평가도 감지된다.
김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원내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국회, 청와대, 모든 정부 부처 세종시 이전을 주장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문 대통령과 집권여당 고위인사가 정부부처 세종시 추가이전과 세종의사당(국회분원) 설치를 강조한 바 있지만, 참여정부 시절 정책을 첫 입안했던 '행정수도'를 언급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여야 의원과 정부 부처 관계자들이 모두 모인 국회 본회의장에서의 발언이라 더욱 무게감 있게 들린다.
여당 입장에선 서울 집값 폭등 등 수도권 집중화로 인한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선 국가균형발전 추진을 ㅊ이 가운데 국회와 청와대를 세종시로 이전하는 행정수도 완성 정책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꼽은 것으로 풀이된다.
충청권은 즉각 환영했다. 김수현 지방분권세종회의 대변인은 "수도권 공화국 비상 상황에서 강력하고 일관된 균형발전 정책 추진이 시급하다고 판단한 여당의 결단과 고뇌의 결과로 본다"며 "앞으로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해야 한다는 과제는 있지만 집권 여당 차원에서 (행정수도 완성을) 계획적이고 일관되게 추진하는 모습을 높게 평가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세종시가 행정수도로 완성되면 그동안 서울이 독점하다 시피한 국가권력 및 경제력이 분산되면서 충청권이 일약 대한민국의 새로운 중심축으로 부상할 것으로 기대된다.
반면, 지나친 확대 해석을 경계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이날 김 원내대표의 발언 중 현 상황에서 추진할 수 있는 것은 일반법률 개정으로 가능한 정부부처 이전 뿐이다. 국회와 청와대 이전은 2004년 헌재 관습법 판결 탓에 헌법 개정 없이는 불가능 하다.
김 원내대표의 이날 발언이 강력한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겠다는 선언적 의미일 뿐 개헌에 이르기까지 정치적 변수는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 이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 발언에 진정성을 더하기 위해선 개헌과 상관없이 추진 가능한 세종의사당 착공 및 완공시기 등을 밝혔어야 하는 데 이같은 점이 언급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래통합당 대전시당은 이날 성명에서 "헌재가 위헌판결을 내려 민주당 주장에 실효성에 의문이 간다"며 "허언(虛言)이 되지 않으려면 진정성 있는 후속조치가 필요하다"고 비판했다.
한편, 세종시에 청와대와 국회 전체가 이전하려면 헌법에 수도조항을 신설해야 한다. 헌법에 '세종시=행정수도'를 명시하거나 '수도는 법률로서 정한다'라는 법률위임론 등이 거론된다. 지난 2018년 3월 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는 후자 방식이 포함됐는데 개헌안 자체가 폐기되면서 없던 일이 됐다.
국회는 현재 민주당 176석 등 범여권이 190석 안팎에 이르는데 개헌안에 통과되려면 200석을 확보해야 한다. 미래통합당 등 보수야권에서 동조하는 의원이 나와야 하는 것이다. 개헌안에 수도조항 뿐만 아닌 권력구조 개편과 토지공개념 등이 여야가 민감한 사안이 다수 포함되는 만큼 개헌안 통과 여부를 현재로선 가늠키 어렵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