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복섭 교수 |
뉴딜이란 원래 포커 용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하는데 카드를 바꿔 완전히 판을 새로 시작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뉴딜로 톡톡히 덕을 본 것은 1930년대 미국 경제 대공황을 극복하기 위한 루스벨트 대통령의 정책이다. 우리가 익히 아는 테네시 강 유역 대규모 토목공사와 같이 사회간접자본 확충으로 실업자를 구제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자유방임정책으로부터 국가가 일련의 정책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경제를 안정시키고 사회안전망을 든든히 하는 결과를 이뤄냈다고 역사가 평가한다.
뉴딜이란 말은 흡사 희망과 성공이 열리는 마법의 주문과도 같아서 정치하는 사람들에게는 꿈의 구호로 통한다. 전임자를 간단히 단죄하면서 자신에게 주목하게 하거나 시원치 않은 난국을 타개할 때 뉴딜이란 단어는 만병통치약과도 같다. 그러다 보니 뉴딜은 심심찮게 정치적 구호로 등장한다. 현 정부뿐만 아니라 과거 정부에서도 녹색 뉴딜이 잠시 등장하기도 했고 미국 오바마 대통령도 그린뉴딜로 정책 대변환을 시도했다.
발표된 한국형 뉴딜정책에는 유독 낯설고 어려운 단어들이 많이 등장한다. 굳이 각각의 용어들을 해석하기보다는 실생활에서 벌어질 일들을 상상해보면 이해가 어려운 것도 아니다. 데이터를 구축하고 개방하며 클라우드로 전환하겠다는 정책은 예를 들자면 이런 것이다.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로 2004년부터 건축인허가 과정을 전산화하여 민원인이 관공서를 방문하지 않고 행정업무를 처리하는 건축행정시스템(세움터)을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정보들로 건축물 이력을 만들어 부동산 거래 등에 제공하되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운영하여 누구나 어디서나 접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 디지털 뉴딜 중 하나의 예이다.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사업도 눈에 들어온다. 초중고 디지털 교육 인프라를 갖추고 전국 대학 온라인 교육을 강화하며 감염병 비대면 인프라뿐 아니라 중소기업 원격근무도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대학 온라인 교육은 그 유용성을 인정하면서도 다른 여러 이유들로 말미암아 차일피일 미뤄왔고, 원격의료도 근래에 꼭 필요한 제도라고 역설하지만 관련한 이익단체의 반대로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중소기업 원격근무도 인식 부족 등의 이유로 흔쾌히 시작되지 못하고 있었다. 이렇게 주저하던 일들이 코로나19로 말미암아 디지털 뉴딜이라는 이름으로 한꺼번에 빗장이 풀렸다. 코로나19가 새로운 시도를 위한 결정을 앞당기고 만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회는 시간과 비례해서 선형구조로 성장한 것이 아니라 마치 계단형의 비선형구조와도 같은 큰 사건들로 말미암아 국면이 급변하고 개혁이 급진적으로 이루어졌다. 조정과 타협 등 고려해야 할 변수들이 많을 때 급작스러운 사건은 우리를 전혀 다른 세계로 이끄는데, 시간이 지나면 역사는 이를 혁신적 진보의 기회였다고 정리한다. 혹자는 회색뉴딜이니 역대 정부의 토목사업이니 등 비판도 만만치 않지만, 머뭇거리고 결정을 미루던 일들에 방아쇠를 당겨 혁신을 촉진하는 역할을 뉴딜정책이 담당해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그나저나 온라인 교육을 준비하면서 제일 먼저 한 일은 고가의 장비를 갖춘 것이었다. 카메라와 마이크도 고성능으로 준비하고 촬영을 위한 별도의 조명시설도 좁은 사무실에 마련했다. 프롬프터용 원고도 만들고 표정과 발음연습도 반복한 다음 약 한 시간에 걸쳐 촬영하고 나서 확인해보니 이미 밑으로만 찍혔다. 용량이 너무 커서 학교가 제공하는 시스템에 올리지 못하는 문제도 발생했다. 이 모든 어려움을 혁신을 위한 대가로 참아주기로 했다.
/송복섭 한밭대 건축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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