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
둘러보면, 실제로 체감할 수 없지만 많은 사람이 전쟁과 폭력, 기아와 빈곤을 넘어 심각한 환경과 생태 위협적인 현실 속에서 살고 있다. 더 이상 어느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생존의 위기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다. 플라스틱 폐기물이 대표적 사례다. 지구는 인류 공동의 집이다. 오늘날 세상의 어둡고 끔찍한 불행의 원인은 우리가 생명 경시와 사랑과 나눔 부재 속에서 살아온 까닭에 있다. 그러면 그 해결책은 무엇일까. 당연히 생명 존중 및 사랑과 나눔의 실천이다. 가지고 있는 물질적인 것을 베풀고 개개인의 시간과 재능을 나누면 된다. 악과 무질서로 흐르는 악습을 끊고, 그 희생을 이웃과 나누는 삶의 변화가 행복한 지구공동체로 가는 지름길이다.
최근에 일어난 일련의 사건들을 지켜보면서 많은 사람이 그동안의 인간적 가치와 자아 정체성에서 큰 혼란을 빚고 있다. 나 역시 무척 혼란스럽다. 왜 사안에 따라 도덕적 가치 기준이 자기 입맛대로 왔다 갔다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 없다. 그것이야말로 전형적인 '내로남불' 아닌가. 나보다는 상대방을 먼저 배려하고 "내 탓이오"를 용감하게 외칠 수 있는 마음 자세가 필요하다. 하루빨리 평화를 찾아 제 자리로 돌아오기를 간절히 소망한다.
평화롭기 위해선 우선 미움, 다툼, 분열이 없어야 한다. 또한 의혹과 그릇됨, 절망을 믿음과 진리, 희망으로 바꿔야 하며 어둠과 슬픔을 빛과 기쁨으로 이겨내야 한다. 그리고 끊임없이 이웃을 위로하고 이해하며 사랑을 나눠야 한다. 그런데 이게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특히 용서와 일치는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어느 집단에 가나 자기 마음에 안 드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서로 생각이 다르고 보는 관점이 다르기 때문이다. 틀린 것이 아니라 서로 다를 뿐인데도. 그런데 그 상대방을 험담하고 미워하면 내 맘은 편해지는가. 절대 아니다. 그렇게 할수록 평화는 점점 멀어져 간다.
내 마음의 평화를 위해서라도 남을 미워하며 시기하고 질투해선 안 된다. 그리고 나 혼자 잘 먹고 잘 살아서도 안 된다. 나눔은 누군가를 돕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영육(靈肉) 간에 자기 자신을 건강하고 행복하게 하는 것임을 잊어선 안 된다. 많이 가졌다고 나누는 것이 아니다. 기부를 받으며 근근이 살아가는 지구촌 반대편의 빈곤한 마을 주민의 감사 인사는 너무도 소박하다. 단지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어서"라거나 "물을 기르지 않고 학교에 갈 수 있어서"란다. 우리에겐 사소하기 그지없는 일들이 그들에겐 가장 큰 행복이 된다. 이런 소중하고 아름다운 나눔이 모여 '이 세상 모든 것이 하나'라는 소중한 진리를 깨닫게 해 준다.
매일 새벽길을 걷다 보면 내 숨소리에 감사하다. 커다란 머그잔에 담긴 커피 향처럼 향기로운 아침이 행복하다. 녹슬어가는 인생에 사랑받는 축복으로 고마운 사람과 함께하는 음악이 흐르는 하루하루가 감사할 따름이다. 행복은 자신을 돌보는 사람만이 가질 수 있기에 지극히 이기적이다. 스스로 행복하지 않으면 아무도 도울 수 없지 않겠는가. 또한 행복은 그냥 주어지는 행운의 복권이 아니다. 부지런히 노력하고 연습해야만 얻을 수 있는 열매다. 따라서 행복은 좋은 습관이다. 아는 길이 편하고 가던 길을 또 가듯, 살아가는 동안 몸과 마음에 살포시 베이는 향기처럼. 날마다 하나씩 더해가는 익숙함이 곧 행복으로 승화한다. 오늘 하루도 안부를 전할 그대가 있어 감사하고 행복하다.
이동구 한국화학연구원 전문연구위원, RUPI사업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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