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특별상은 '대전미술의 현주소'라는 정체성을 보여준다. 5전시실 리모델링 이후 처음으로 기획된 전시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로 대전시립미술관은 이달 27일까지 휴관이다. 이에 독자들의 아쉬운 마음을 달래고자 박정선 작가와 윤경림 작가의 인터뷰를 담는다. <편집자 주>
박정선 작가. |
01 얼음속의기억_무덤꽃_박정선2020 |
02 환시_박정선 2020_3 |
박정선 작가는 미디어 아티스트다. 이동훈미술상 제정 이후 '미디어' 부문에서는 사상 첫 수상 작가라는 타이틀을 얻게 됐다.
붓으로 그리고 돌을 망치로 깨는 기존 미술 영역에서 벗어나 미디어를 물감 삼아 영상과 사운드, 카메라를 매개체로 그림을 그려낸다. 특별상 전시에서도 보이듯 박정선 작가의 세계는 '융합'과 '감각'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박정선 작가는 "이번 작품은 과학과 예술의 원리보다는 모든 것들이 융합된 저만의 세계다. 인간 사고의 폭을 확장했다가 좁혀지는 체험을 보여주고 싶었다. 감각과 시각, 청각, 촉각, 후각 등 모든 감각이 동원돼 지각의 진폭을 넓힐 수 있는 경험을 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고 말했다.
특별상 전시에서는 다양한 미디어아트 세계를 보여준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정면에서 왼편으로 '미생물 소리' 시리즈와 '얼음꽃의 기억' 시리즈가 차례대로 진열돼 있다. 미생물 소리는 미생물배양액에서 추출한 전기신호의 떨림을 사운드로 변환한다. 미생물을 매개로 생성된 소리는 관람객의 접근을 통해 다시 한 번 변형되고 왜곡된다. 관람객은 보이지 않지만 사운드로 하여금 미생물의 존재를 의식하게 된다. 얼음꽃의 기억은 냉동장치 표면의 결로를 걷어내고 보면 곰 인형, 화병, 해골, 책 등 기억의 매개체들이 드러난다.
박정선 작가는 "검은 천막 공간에는 '환청'이라는 작품을 만날 수 있다. 남자와 여자 목소리가 나온다. 내레이션 텍스트를 읽는 목소리가 있는데, 그 공간에 들어서면 관람객이 움직이는 것을 감지해 목소리가 왜곡된다. 알아들을 수 없을 정도로 엿가락 늘어나듯이 목소리가 달라진다”고 말했다.
한마디로 사운드를 휘젓는 느낌으로, 이성적인 텍스트가 사람의 움직임에 따라서 사운드가 액체성을 가진 듯 유동적으로 바뀌는 체험을 할 수 있다는 게 박정선 작가의 설명이다.
박정선 작가는 아티언스 대전을 준비하면서 한국기계연구원 최기봉 연구원의 도움을 받았다. 박 작가는 "기술적인 도움도 있었지만, 과학이나 우주, 인간이 무엇이냐 이런 이야기를 하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이어 "미생물을 연구하는 박사님과 이야기를 하다가 형광대장균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형광빛을 내면서 얼마나 자랐는지, 증식했는지 보여주기에 좋은 미생물이다. 저는 형광대장균이 무당, 샤먼 같은 존재가 아닐까 생각했다. 인간 세계와 미생물 세계를 연결해주는 것이라면 이라는 가정을 통해 작가적인 상상력을 하곤 한다. 과학자들과 얘기하는 건 예술적인 세계를 자극하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박정선 작가는 이동훈미술상에서 설치와 미디어 부문이 제정된 이후 첫 수상자가 된 것에 대해 감사함을 표했다.
박 작가는 "미디어아트에 대해 관람객은 여전히 생소하고 새롭지만 어렵게 느낀다. 저게 미술인가 하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동훈미술상에서 제가 상을 받아 미디어아트가 예술의 한 영역으로 인정받게 된 것 같아 감사하다"고 했다.
박정선 작가의 올해 하반기 더 실험적인 주제로 전시를 이어간다. 7월에는 스튜디오128에서 특별상 수상작으로 선보인 환청과 환시를 다르게 보여줄 예정이다. 또 2020 아티언스 대전에서는 얼음 속의 기억을 더 변형하고 확장해 스펙터클하게 느낄 수 있도록 준비하겠다고 계획을 밝혔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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