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조문정쟁 멈추고 편히 보내주자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조문정쟁 멈추고 편히 보내주자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20-07-13 08:41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생명의 가치가 소중하듯이 장례와 조문 역시 살아 있는 자가 망자에게 보내는 마지막 예우이자 소중한 절차다. 살아생전의 명예, 공적과 과오도 망자의 죽음과 함께 소멸된다. 다만, 망자에 대한 기억과 평가는 살아있는 자들의 몫이다.

목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의 조문,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백선엽 장군의 조문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두 망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점점 뜨거워졌다. 나라를 위해 희생과 공헌을 한 자를 위한 장례와 조문행사는 경건하게 치러진다. 그런 공헌과 희생이 국가의 존재가치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살아온 족적과 활동이 어찌 되었든, 두 분 망자의 장례와 조문 기간에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정치권 역시 자기 쪽 사람만 감싸기에 급급하다 보니, 연일 네티즌들도 패를 갈라 상대를 비방-비난하기에 급급하다. 어설픈 진영논리가 망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탓이다. 어쩌다가 이 꼴이 되었는지 참 안타깝고 서글프다.

사람의 감정과 사고 및 인식의 차이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진영논리의 배경엔 늘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념적 허구에 놀아나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피아를 나눠 적과 동지로 규정지으면 살아남을 자가 있을까. 정치와 권력은 국민과 사회를 향한 통합과 화해 및 갈등조정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통합과 조정능력의 방향타가 상실된 것 같아 조문정국 이후에 밀려올 혼란과 부질없는 논쟁이 우려된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삶에서 공과를 행하기 마련이다. 망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과(過)는 접어두고 공(功)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언론은 그 어떤 경우라도 냉정하게 대처하며 당연히 알 권리를 챙겨야 한다. 망자의 불행한 선택과 관련하여 기자들이 질문하자, 이해찬 대표가 기자들을 향해 듣기 거북한 험한 말을 했다. 그래도 당 대표라면 언사와 행동에 품위와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참 불편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는데, 이 대표가 백 장군 빈소를 조문했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당은 대한민국 수호에 몸 받쳤던 백 장군에 대해선 당 차원의 조의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논리이자 해괴망측한 행태인가. 문재인 대통령도 조화만 보내고 움직임이 없다. 이게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거대여당의 비뚤어진 인식과 행동의 현주소다. 반면에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박 전 시장을 위한 대대적인 추모를 진행했다. 극단적 선택의 배경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망자의 요청대로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렀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무튼, 피해자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고, 벌써부터 2차 가해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거대 여당 스스로 망자의 공과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백 장군에 대해선 과(過)만 내세운다. 백번 이해하려 해도 민심을 무시한 채 특히 국제사회의 눈과 귀를 의식한다면 이럴 순 없는 노릇이다. 여당 내에서 친일파 운운하면서 현충원에서 특정 인사들을 파묘해야 한다는 얼빠진 주장도 나왔다. 거대여당이 이 모양이니, 국민통합이 가능하겠는가.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공과의 잣대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순리이며 공정한 정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진 서울시장(裝) 반대 여론이 거세다. 불과 이틀 만에 동의자가 50여만명을 넘어섰다. 상식적인 판단이 내포된 민심의 반증이다. 서울시청 앞에 박원순, 광화문 광장에 백선엽 분향소가 차려졌다. 공교롭게도 망자들에 대한 공과와 평가를 동시에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장례와 조문행사마저 점점 치열한 분열과 갈등 속에서 정쟁으로 변하고 있어, 조선 시대의 예송논쟁을 보는 것 같다. 예송논쟁 역시 권력을 둘러싼 붕당 간의 피 터지는 투쟁이었다. 그래서 조문정국 이후가 더 걱정된다. 여야가 평상심을 가져야 한다. 망자들에 대한 무조건 감싸기와 도를 넘는 비난은 자제해주길 기대한다. '모두 안녕'을 기원했던 망자를 위해서라도, 조문 정쟁을 잠시 내려놓고 편히 보내주자.

/서준원 정치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