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준원 박사 |
목하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극단적 선택 이후의 조문, 한국전쟁의 영웅으로 칭송받았던 백선엽 장군의 조문행사가 펼쳐지고 있다. 자연스럽게 두 망자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점점 뜨거워졌다. 나라를 위해 희생과 공헌을 한 자를 위한 장례와 조문행사는 경건하게 치러진다. 그런 공헌과 희생이 국가의 존재가치를 강화하기 때문이다. 살아온 족적과 활동이 어찌 되었든, 두 분 망자의 장례와 조문 기간에 우리 사회가 갈등과 대립의 대척점에 서 있는 것 같다. 정치권 역시 자기 쪽 사람만 감싸기에 급급하다 보니, 연일 네티즌들도 패를 갈라 상대를 비방-비난하기에 급급하다. 어설픈 진영논리가 망자들에게 적용되고 있는 탓이다. 어쩌다가 이 꼴이 되었는지 참 안타깝고 서글프다.
사람의 감정과 사고 및 인식의 차이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 진영논리의 배경엔 늘 권력이 자리하고 있다. 이념적 허구에 놀아나는 진영논리에 함몰돼 피아를 나눠 적과 동지로 규정지으면 살아남을 자가 있을까. 정치와 권력은 국민과 사회를 향한 통합과 화해 및 갈등조정의 역할을 해내야 한다. 통합과 조정능력의 방향타가 상실된 것 같아 조문정국 이후에 밀려올 혼란과 부질없는 논쟁이 우려된다.
인간은 불완전하기에 삶에서 공과를 행하기 마련이다. 망자에 대한 마지막 예의라지만 더불어민주당은 박 전 시장의 과(過)는 접어두고 공(功)에만 치중하는 모습이다. 언론은 그 어떤 경우라도 냉정하게 대처하며 당연히 알 권리를 챙겨야 한다. 망자의 불행한 선택과 관련하여 기자들이 질문하자, 이해찬 대표가 기자들을 향해 듣기 거북한 험한 말을 했다. 그래도 당 대표라면 언사와 행동에 품위와 무게감이 있어야 한다. 참 불편한 모습이 아닐 수 없었는데, 이 대표가 백 장군 빈소를 조문했다 하니 그나마 다행이다.
여당은 대한민국 수호에 몸 받쳤던 백 장군에 대해선 당 차원의 조의 논평조차 내지 않았다. 도대체 이게 무슨 논리이자 해괴망측한 행태인가. 문재인 대통령도 조화만 보내고 움직임이 없다. 이게 정의와 공정을 외치는 거대여당의 비뚤어진 인식과 행동의 현주소다. 반면에 성추행 의혹에 휘말린 박 전 시장을 위한 대대적인 추모를 진행했다. 극단적 선택의 배경은 아직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지만, 망자의 요청대로 조용히 가족장으로 치렀으면 어땠을까 싶다. 아무튼, 피해자 입장에선 복장이 터질 일이고, 벌써부터 2차 가해 움직임이 꿈틀거리고 있다.
거대 여당 스스로 망자의 공과를 따져야 한다는 주장을 하면서, 백 장군에 대해선 과(過)만 내세운다. 백번 이해하려 해도 민심을 무시한 채 특히 국제사회의 눈과 귀를 의식한다면 이럴 순 없는 노릇이다. 여당 내에서 친일파 운운하면서 현충원에서 특정 인사들을 파묘해야 한다는 얼빠진 주장도 나왔다. 거대여당이 이 모양이니, 국민통합이 가능하겠는가. 고인에 대한 역사적 평가와 공과의 잣대는 모두에게 동일하게 적용하는 것이 순리이며 공정한 정의다.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진 서울시장(裝) 반대 여론이 거세다. 불과 이틀 만에 동의자가 50여만명을 넘어섰다. 상식적인 판단이 내포된 민심의 반증이다. 서울시청 앞에 박원순, 광화문 광장에 백선엽 분향소가 차려졌다. 공교롭게도 망자들에 대한 공과와 평가를 동시에 살펴 볼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 셈이다.
장례와 조문행사마저 점점 치열한 분열과 갈등 속에서 정쟁으로 변하고 있어, 조선 시대의 예송논쟁을 보는 것 같다. 예송논쟁 역시 권력을 둘러싼 붕당 간의 피 터지는 투쟁이었다. 그래서 조문정국 이후가 더 걱정된다. 여야가 평상심을 가져야 한다. 망자들에 대한 무조건 감싸기와 도를 넘는 비난은 자제해주길 기대한다. '모두 안녕'을 기원했던 망자를 위해서라도, 조문 정쟁을 잠시 내려놓고 편히 보내주자.
/서준원 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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