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배재대 교수 |
위성사진에 의하면, 세계적으로 이산화질소(NO2)의 농도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가스의 주된 배출구는 자동차와 공장인데, 도시의 공기오염 저하의 주요 요인 중 하나로 꼽힌다. 이산화탄소(CO2) 배출량도 크게 감소하였다. 경제 활동이 감소하면,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때처럼 CO2 배출도 감소하기 마련이다. 독일은 따뜻한 겨울과 코로나 위기로 2020년 온실 가스 중 CO2 배출량이 2019년보다 5천만 톤이나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코로나 위기의 진행 정도에 따라 감소량은 최대 1억 3500만 톤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카본브리프 웹사이트에 의하면, 중국에서만 출국 봉쇄령으로 CO2 배출량이 25% 정도 감소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우리네 하늘도 유난히 청명해서 연자봉에서 계족산 황톳길을 볼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이런 변화는 일시적일 가능성이 높다.
사람들이 상호 교류를 피하는 동안 일부 동물 종들이 우리네 부재상황을 이용하고 있다. 도로교통량이 적다는 것은 예컨대 동면에서 깨어난 고슴도치 같은 작은 동물들이 자동차에 치어 죽을 확률도 줄어든다는 뜻도 있다. 오리나 여타 종들은 그 많던 사람들이 모두 어디로 사라져버렸는지 궁금해 할 수도 있겠다. 공원을 어슬렁거리는 오리는 이제 빵부스러기가 부족하면 직접 음식물을 찾아다녀야 할 판이다.
자연보호단체들은 코로나19 발병이 멸종위기에 처한 여러 종의 전 세계 야생동물 거래를 억제하는 계기가 되기를 바라고 있다. 코로나19의 원천은 살아있는 상품이 판매되고 합법적?불법적으로 거래되는 야생동물의 허브로 여겨진 우한의 이른바 습식시장에서 찾고 있다. 물론 중국은 이 바이러스가 단지 빙산의 일각이라고 경고하고 과학의 정치화에 유감을 표명하기도 하였다.
이탈리아에 봉쇄령이 내려진 직후,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 각종 SNS에 올라온 베네치아의 맑고 깨끗한 운하를 담은 사진이나 영상들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평소처럼 진흙투성이 물빛이 아니라 에메랄드빛 바다를 담은 것들이었다. 현재 유람선 왕래마저 막혀있기 때문에 해양 소음공해도 줄어들었다. 그러니 고래와 같은 해양 동물도 소음과 오염 스트레스에서 벗어나서 더 조용하고 깨끗한 바다 공간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처럼 좋은 뉴스만 있는 것은 아니다. 코로나 대유행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이를테면 일회용 장갑과 마스크에서부터 플라스틱 포장지에 이르기까지 일회용품 플라스틱의 급속한 증가가 대표적이다. 대유행 시기에 우리는 오히려 포장식품을 더 많이 이용하고 있다. 심지어 이른바 드라이브 스루 카페도 바이러스 확산 방지에 유용한 재사용 가능한 컵을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코로나 대유행이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이후 기후 위기는 뒤로 밀려났다. 그렇다고 기후 위기가 덜 중요하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전문가들은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해 국제사회의 탄소배출 감축 노력을 조율하고 협상하는 유엔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6)가 2021년 11월까지 연기되었더라도 기후에 관한 중요한 결정을 지연시키지 말라고 경고한다. 코로나 대유행과 더불어 이제 우리의 산업과 환경이 상생할 수 있는 생산적인 출구전략을 찾아 나설 시점이다.
이성만 배재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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