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성 전무 |
우리 사회에서도 '소통'은 최근 몇 년간 가장 중요한 화두로 회자돼왔다. 기업들도 커뮤니케이션 담당 조직을 별도로 신설해 소통에 상당한 비용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 사실 소통의 중요성은 비단 '밀레니얼 시대'에만 해당하는 게 아니다. 역사를 살펴봐도 인간들은 소통을 통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해 왔으며, 그 대부분 방식은 '고대 그리스 민주주의의 형태'처럼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 이뤄져 왔다. 하지만 디지털 혁명의 물결과 함께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하면서 소통의 형태에도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전통적인 관계 맺기의 소통 방식인 '접촉'의 형태가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기름을 끼얹은 것이 '코로나 19'다. 우리는 지금 《컨택트》를 위한 《언택트》의 시대에 살게 됐으며, 비접촉 형태로 서로가 소통해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빠진 것이다. 하지만 코로나19의 장기화를 전제로 보면 직접적인 접촉이나 대면은 이제 당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고, 다양한 비접촉 소통 방식으로 변화할 수밖에 없다.
이에 맞춰 산업구조도 변모하고 있으며, 업무처리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정부에서 그토록 추진하길 원했지만 지난 몇 년간 성과가 없었던 '재택근무'를 자발적으로 시행하게 됐고, 많은 기업에서는 신입사원을 뽑는 면접마저도 언택트의 형태로 추진하고 있다. AI 면접이나 화상면접이라는 새로운 방식을 도입하면서 언택트 시대를 대비하고 있지만, 아무래도 사람을 직접 대면하고 선발하는 방식과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제는 이러한 일들이 우리의 일상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며, 《언택트》라는 또 다른 삶의 방식을 창조했다.
유년시절 한문 선생님께서 한자를 가르치면서 '사람 人'의 의미를 말씀해 주셨던 일이 생각난다. 사람은 서로 기대고 살아가야 하기에 이러한 형태로 '사람 人' 글자를 만들었다고 배웠다. 사람들에게 접촉과 소통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비대면의 소통과 삶의 방식을 새롭게 배워야 할 때이며, 우리 삶의 근간이 되는 주거공간도 마찬가지다. 아파트에 있어서 공동 현관과 공동 엘리베이터를 이용하는 공동주택의 개념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다. 아파트 설계에서도 상호 접촉을 최대한 자제하는 형태로 변모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이런 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것이 필요하겠지만, 여전히 낯설고 불편한 일이다. '멀리 사는 친척보다 이웃사촌이 낫다'라는 소통과 관련된 격언이 무색해질 새로운 세상이 도래한 것이다. 건설업계에 일각에서는 공동주택의 시대는 가고 단독주택의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우리나라처럼 인구밀도가 높고 중앙집권적인 거주형태를 지닌 나라에서 단독주택은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비접촉의 시대가 주는 낯설음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설기업들의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며, 《언택트》를 추구하면서도 《컨택트》의 효과를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는 주거공간의 탈바꿈이 필요하다.
하지만 코로나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전제가 있다. 사람이 사는 주거공간은 여전히 사람의 온기와 소통으로 채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의 따듯한 온정이 넘칠 수 있도록 '언택트의 형식을 빌린 컨택트' 형태의 주거환경이 준비된다면 코로나 19가 가져온 불통의 피로를 말끔히 씻어낼 수 있을 것이다. 영화 《컨택트》에서 여주인공인 언어학자가 외계인과의 소통을 위해 정성과 노력을 기울인 만큼 새로운 《언택트》 삶의 방식을 위한 우리 모두의 준비와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박희성 계룡건설 개발사업본부장(전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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