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지성의 한·일전 산책 세리머니도 골 이상으로 축구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장면이다. 2010년 5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남아공 월드컵 평가전에서 골을 넣은 박지성이 골대 뒤에 있는 일본 응원단을 바라보며 조깅을 하듯 천천히 달리는 '세리머니'를 선보였다. 열광적인 응원을 보냈던 일본 응원단은 침묵을 지켰고 경기장은 한동안 정적이 감돌았다. 역대 한·일전 최고의 명장면으로 꼽힐만한 장면이었다.
최용수 FC서울 감독의 광고판 세리모니는 20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축구팬들 사이에서 회자가 되고 있다. 1998년 프랑스 월드컵 최종예선 1차전 카자흐스탄과 경기에서 대표팀의 간판 공격수였던 최용수가 골을 넣은 직후 광고판에 뛰어올랐다가 넘어지는 해프닝을 연출했다. 최 감독 개인에게는 흑역사로 기억될 수도 있지만, 팬들에게는 90년대 축구의 명장면으로 기억되는 장면이다.
우리 지역 축구팀 대전하나시티즌에도 역대급 골세리머니가 있다. 2008년 삼성하우젠 K리그 대전시티즌과 FC서울과의 경기에서 당시 선수로 뛰고 있던 고종수 전 감독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은 직후 골세리머니를 펼치다 쓰러지는 장면이 연출됐다. 고 전 감독의 세리모니는 사진기자들에 의해 절묘하게 잡혔고 이를 네티즌들이 다양하게 패러디하면서 또 다른 화제를 모았다.
의도하지 않은 세리모니가 논란을 불러오는 경우도 있다. 지난 5월에 펼쳐진 독일 분데스리가 헤르타 베를린과 호펜하임과의 경기에서 0-0으로 팽팽하던 후반 13분 베를린 선수의 슈팅이 상대 수비를 맞고 골망을 흔들었다. 골 직후 베를린 선수들은 포옹하며 환호하는 과정에서 동료 간 볼에 뽀뽀하는 세리모니를 연출했다. 평소 같으면 문제 될 장면이 아니지만 코로나19로 선수간 악수도 금지되는 상황에서 나온 장면이라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다. 베를린 선수들의 행동에 분데스리가 사무국은 별도의 징계를 주지는 않았다. 코로나19로 국내외 모든 경기장이 무관중 경기로 진행되고 있는 요즘, 흥이 빠진 선수들도 특별한 세리머니를 자제하는 모습이다. 팬들과 관중이 소통할 수 있는 몇 초간의 짧은 순간이 아쉬워지는 요즘이다.
금상진 기자 jod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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