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대전음악회 첫날인 3일 '대전의 솔리스트, 우리'에서 마지막 연주자로 등장한 한정강 피아니스트.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
한정강 피아니스트의 젊은 시절 모습. 사진=대전음악협회 |
목원대와 침례신학대학에서 40년 동안 후학을 길러낸 한정강 피아니스트가 오랜만에 대전을 찾았다. 제6회 대전음악제, 첫날 피날레 무대를 위해서였다.
현재 강원도 동해 실버타운에 머물고 있는 한정강 선생은 대전음악제를 위해 4시간을 꼬박 버스를 타고 달려왔다. 음악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떤 조건이든 어디든 기쁘게 달려가겠다는 선생의 포부는 오랜만에 친정과도 같은 대전에서 이뤄졌다.
한정강 선생은 "버스에서 음악을 듣고 쉬고, 이 생각, 저 생각을 하면서 왔더니 힘들지 않았다. 대전은 친정과도 같은 곳이다. 내 집에 돌아온 느낌인데, 이게 무슨 일인지. 호텔에서 하룻밤을 자는데 잠자리가 바뀌어서 그런가, 새벽 4시에 깨서 잠을 이루지 못했다. 아마 대전에 아는 지인들도 많고 하니 오랜만에 연주가 신경이 쓰였던 것 같다. 잠을 잘 잤으면 연주를 더 잘했을 텐데…"라고 웃었다.
그럼에도 나이를 먹은 건 시간 뿐이었던 것 같다.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된 한정강 선생의 연주를 귀로만 듣는다면 81세 은발의 피아니스트라는 사실을 눈치챌 수 없다. 물론 피아노 건반 위를 유영하는 손가락들, 음과 음의 공간을 메우는 연륜에서는 대가의 섬세함을 느낄 수 있다.
한정강 선생은 대전음악제에서 두 곡을 연주했다. 쇼팽의 발라드 1번과 정두영 선생이 작곡한 복음성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다.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복음성가는 한정강 선생의 영원한 앵콜 곡으로 불린다. 목사이자 작곡가, 음대 교수이기도 했던 정두영 선생은 바로 한정강 선생의 남편이다. 정두영 선생은 미국 캘리포니아 주립 데이비스 대학교에서 한국인 최초 음악대학 교수로 재직하기도 했다.
쇼팽의 곡을 연주하는 한정강 선생의 모습. 이날 남편 정두영 선생의 '사랑은 오래 참고'를 앵콜곡으로 선보였다. 사진=유튜브 화면 캡쳐 |
대가에게도 무관중 연주회는 생애 처음 겪는 일이다. 한 선생은 "연주하면서 아 청중이 없지 이런 생각이 간혹 들었다. 확실히 관중이 있어야 에너지를 얻는다. 그렇지만 코로나19기 때문에 어쩔 수 없지 않나. 어떻게 생각하면 더 많은 관중이 볼 수 있어서 좋은 기회가 됐다"고 했다.
전화 인터뷰 내내 한정강 선생은 실버타운에서 20분 거리에 있는 바닷가 벤치에 있었다. 연주회가 끝난 뒤 내년 음악제에서도 연주 제의를 받은 터라 기쁘기도 하고, 두렵기도 한 마음을 음악을 들으며 다잡고 있었다.
실버타운에서도 연습은 게을리하지 않는다. 머물고 있는 곳의 배려로 피아노 두 대를 옮겨갔다. 그랜드 피아노는 함께 지내는 친구들을 위해서 연주할 때 쓰고, 나머지 한 대는 언제든 칠 수 있는 연습용으로 곁에 뒀다.
길러낸 후배와 제자의 수를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한정강 선생은 대전 음악계의 산증인이다. 그런 그에게 대전과 지역예술인들은 '가능성'으로 표현된다.
한정강 선생은 "나이 먹은 나를 불러주신 것에 대해 대전음악제에 감사하다"며 "대전에서도 유능한 피아니스트, 바이올리니스트 등 다수의 예술인이 배출되고 있다. 후배 음악인들은 끊임없이 연습해야 한다. 정말 기대를 많이 하고 있다"고 격려와 응원을 보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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