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21대 국회 개원 앞 정략적 셈법을 깔고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서로 차지하려고 볼썽사나운 모습을 연출한 것과 똑같은 이전투구로 피로감을 높이고 있다.
더구나 대전 혁신도시와 의료원 등 지역 현안이 산적했음에도 원구성 파행 탓에 후반기 의회가 언제쯤 정상화 될는지는 가늠키 어려워 당분간 '식물 의회' 전락 우려를 키우고 있다.
6일 시의회에 따르면 지난 3일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권중순 의원(중구3) 의장선출이 부결된 여진이 계속되고 있다.
의장직을 꿰차기 위해 원내 1당인 친권파(친권중순)와 비권파(비권중순)으로 갈려 강대 강 대치를 이어오는 가운데 지역 중진 의원까지 가세하면서 확전되는 모양새다.
5선인 이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대전시의회 후반기 원구성과 관련해 "합의는 시민들과의 약속으로 지켜져야 한다"고 밝혔다. 2년 전 6.13지방선거 직후 '전반기 김종천(서구5) 후반기 권중순' 합의가 지켜져야 한다는 의견을 낸 것이다. 다른 맥락에선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이 확대되는 것을 경계하면서 조속한 해결을 촉구하는 메시지로도 해석할 수 있다.
친권파로 알려진 오광영 의원(유성2)은 이날 시의회 기자화견에서 후반기 보직을 맡지 않는다는 백의종군 방침을 밝히면서 "의총을 거쳐 당론에 따라 입후보한 권 의원에게 무효표를 던진 10명의 의원은 무기명투표제도를 악용한 것으로 자리 욕심에서 비롯된 욕망의 카르텔"이라고 비권파를 정면 겨냥했다.
비권파는 적극 반박했다. 권 의원에 맞선 다른 후보를 내지 않은 채 투표에 돌입한 것이기 때문에 오히려 당론에 따르지 않았다는 해석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오히려 친권파 내부에서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내분이 일면서 이탈표가 발생, 권 의원 의장선출이 부결된 것이기 때문에 해당 행위의 책임은 그들에게 있다는 주장이다.
시의회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을 둘러싸고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여야가 강대 강 대치를 벌인 것과 판박이라는 지적이다.
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은 법사위원장을 반드시 차지하기 위해 맞서면서 한 달여간 국회가 공전 된 바 있다. 여당은 문재인 정부 각종 개혁법안 추진, 미래통합당은 현 정권의 폭주를 저지하기 위한 명분을 달았지만, 민생을 볼모로 정쟁을 벌였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긴 어렵다.
이번 시의회 갈등도 의원 간 서로 보직을 차지하기 위한 자리싸움에서 촉발된 것임을 감안할 때 중앙 정치권의 구태와 닮았다는 평가다.
시의회 원구성을 둘러싼 갈등의 여파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 시의회는 당초 6일까지 원구성을 마무리 한 뒤 상임위를 가동할 계획이었지만, 원구성이 지연되면서 계획이 틀어진 것이다. 13일 또다시 의장선출이 예정돼 있지만 입장 차이가 큰 만큼 원만히 원구성이 될는지는 미지수다. 코로나19 사태라는 미증유의 상황 속 행정당국과 힘을 합쳐 방역 및 서민경제 지원에 나설 시의회는 당분간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식물의회'로 전락이 불가피해 보인다.
강제일·방원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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