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여파와 기준금리 최저 수준 등이 맞물려 금융권 시장 유동성이 크게 불어났다는 것인데, 은행의 건전성 관리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5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6월 말 기준 원화대출액은 모두 1208조 922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말(1140조 551억원)보다 68조 8678억원 늘어났다. 수치로 보면 약 6%가량 증가했다.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제시했던 성장률 목표 역시 대부분 채웠다. 국민은행의 경우 6.77%로 기준치 5~6%대를 이미 넘겼고, 하나은행은 4.30%로 3~4%의 목표치를 넘어섰다. 농협은행도 6.11%로 연 5.2% 목표를 상회했다.
이처럼 원화대출액이 증가세를 보인 것은 경제 불확실성이 꼽힌다. 연초 코로나19로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기업대출이 크게 늘었을 뿐 아니라, 취약계층의 생계자금에 대한 대출도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통계도 있다. 지난달 17일 기준 5대 은행 중소기업 대출 잔액은 474조 1140억원으로 전달(471조 3620억원)과 견줘 2조 7520억원 늘어났다. 또 대기업 대출 잔액도 약 89조원으로 전년과 견줘 16조 9000억 늘었다.
이뿐 아니라 기준금리가 역대 최저 수준을 보이는 것도 이유 중 하나다. 대출에 대한 심리적 부담까지 줄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자에 대한 부담이 훨신 줄었다는 얘기다. 지난달 기준 5대 은행의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대출) 평균금리는 연 2.72∼3.28%로 지난해보다 0.55%p 내렸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코로나19 등 경제 불확실성에 대한 대출 과속 여파는 하반기부터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은행들은 하반기에 본격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설 방침이지만, 정부·기업 등과의 관계를 고려할 때 많은 어려움이 예상된다는 반응이다.
연초 코로나19 충격에 당면한 기업들은 단기 유동성 확보를 위해 그동안 외면했던 은행 대출을 늘렸고, 정부는 은행에 중소기업·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대출 확대를 주문해왔는데 이와 상반되기 때문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내년의 건전성 지표 악화가 우려되고, 은행 역시 부실 가능성을 의식해 그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코로나19 등의 상황에서 대출을 거둬들이거나 차단한다면 정부뿐 아니라 국민 여론에 따른 반감이 작용할 수 있어 조심스러울 것"이라고 말했다. 조훈희 기자 chh7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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