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 온 지 어언 20년. 그동안 아이들을 키우며 정신없이 살다 보니 고향을 까마득하게 잊고 살았지만 한국방송통신대 중문과에서 공부하면서 고향의 유구한 역사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됐다.
나는 흑룡강성 목단강시 녕안현 동경성(東京城)진에서 태어났다.
동경성은 한반도 북부와 만주, 연해주에 속했던 발해국의 오경 중 두 번째 수도로 당시 상경성이라고도 했다.
동경성은 발해 3대 황제인 문왕(755년) 때 수도로 지정됐으며 발해에서 신라로 가는 육로를 뚫어 '신라도'가 생겼다.
당시 중국에서는 발해를 바다 동쪽에서 번성한 나라라는 뜻으로 '해동성국'이라고 불렀다.
이런 역사를 지닌 고장에서 나는 발해고등학교에 다녔고, 나의 아버지는 동경성철도 공무원으로 일하셨다.
東京城에서 차로 2시간 정도 가면 경박호(鏡泊湖)가 있는데 '거울호수'라는 뜻으로 동양의 '나이아가라 폭포'라는 칭송을 받으며 중국 국가 5A급 풍경지구로 지정됐다.
면적은 91만 5000㎢이고, 호수면 해발고도는 351m, 최대수심은 62m, 저수량은 11억800만㎡이다.
1만년 전 5차례의 화산 분출 때 암장이 냉각되면서 이루어진 호수로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화산폭발 용암언색호로 주변에는 지하 원시 산림과 지하 용암터널 등 기이한 풍경도 있다.
경박호는 아름다운 풍경도 일품이지만 우리 민족의 자랑스러운 역사도 함께하는 장소다.
1933년, 경박호 전투가 이곳에서 진행됐는데 한국 독립군이 지린 구국군(救國軍)과 연합해 만주국군과 일본군 연합 부대를 섬멸한 전투다.
이 전투에서 독립군은 일본군 400여 명을 전멸시켰으며 실탄 6000여 발과 소총과 경기관총 70여 정을 획득하는 대승리를 거뒀다.
이러한 역사와 독특하고 우아한 자연미 그대로 세상에 알려진 경박호는 이제는 여행, 피서, 요양지로 수많은 국내외 관광객들이 찾는 곳으로 거듭나고 있다.
철도에 근무하시는 아버지는 해마다 철도분국 고급인사들과 그 가족들을 모시고 경박호 유람을 했는데 나는 중학교 때까지 따라 다녔던 기억이 난다. 오늘 이 글을 쓰면서 어린 시절의 추억이 하나하나 눈앞에 그려진다. 이영애 명예기자(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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