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생 정신분열자로 취급받으며 살다 간 화가가 있다. 바로 달리(Salvador Dali, 1904 ~ 1989, 스페인 출신 화가)이다. 때때로 광인으로 치부되었으나 그는 태연하게 말한다. "내가 미쳤다고? 그런데 미친 사람과 내가 유일하게 다른 점은 내가 미치지 않았다는 것이지." 17세에 미술학교에 입학, 정식으로 미술공부를 한다. 기질 자체가 범상치 않았던 모양이다. 정물화 시간에 성모 마리아 조각을 그리라 했는데 저울을 그려냈다. 주위 사람 모두 황당해했지만, 그는 그 자신에게 성모 마리아가 저울로 보였다 주장한다. 남다르고 몽환적인 시각 또한 타고난 것일까? 그에게만 세상이 달라 보였을까?
살바도르 달리 '기억의 지속' |
기상천외한 상상력으로 가득한 그의 작품은 필요한 부분의 세밀한 묘사로 가상이면서 현실처럼 느끼게 한다. 보는 이로 하여금 흥미진진하게 만들고 덩달아 무한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키게 한다.
초현실주의는 다다이즘에 뿌리를 둔다. 다다이즘은 기존의 질서와 전통 파괴를 통한 비합리성, 비윤리성을 강조한다. 초현실주의자는 이성 기반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것을 부정한다. 무의식 세계를 드러내고자 한다. 무의식은 상상이 시작되는 곳이다. 까닭에 초현실주의자들은 일부러 최면상태나 수면 부족 상태를 만드는 등 의식을 없애려 수많은 노력을 기울이기도 한다. 달리 역시 무의식 심상을 끌어내기 위해 환각 상태를 만들기도 했다. 왜 무의식 세계를 드러내려는 것이었을까? 상상의 세계는 상상으로 끝나는 것인가? 그렇다면 불필요하고 의미 없는 일이지 않을까? 아니다, 그를 통해 더 깊고 폭넓은 이성을 유발 생성코자 한다. 초현실주의자는 잠재의식이 이성을 지배한다고 보았으며, 더 위대한 실체로 확립하고자 했다.
발 달린 짐승이 가지 못할 곳이 어디이며, 만나지 못할 것 또한 무엇이겠는가? 다만 마음이 서로를 등지게 할 뿐이다. 달리는 다양한 예술 분야의 거장들을 만나지만, 만남이 오래 지속 되지는 못한다. 개성과 지나친 아집으로 점철된 대가의 운명인지 모른다. 그들에게 작품이란 공간이 없다면 고독과 외로움은 영영 해소되지 못했을 것이다.
주위에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작품 창작 외에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나 보다. 작품을 어떻게 세상에 보여야 하는지, 작가 의식을 어떻게 알려야 하는지 등 작가로서 마땅히 처리해야 할 일조차 몰랐나 보다.
이런 달리를 이해하는 것은 물론 세상에 돋보이게 한 사람이 아내 갈라이다. 출품이나 전시회도 주선하고, 에세이나 자서전도 출간하게 하며, 1974년 고국 스페인에 '달리 미술관'을 개관하기도 한다. 세상과 원활하게 소통하도록 도운 것이다. 달리가 그녀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유부녀였다. 첫눈에 반한 달리는 그의 상상력만큼이나 막무가내로 매달려 그녀를 남편과 이혼시키고 결혼하게 된다. 천재성을 알아본 갈라 만큼이나 달리도 그녀의 능력을 알아본 것 아닐까? 갈라 덕에 대대적 성공을 거둔 달리는 누구보다 풍요롭고 멋지게 생을 누린다. 생전에 명성을 얻어 호사를 누린 화가는 그리 많지 않다.
정치는 상상의 세계가 아니다. 절절하고 치열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과거로 회귀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 잘못된 것은 고쳐 나가면 될 일이다. 정당도 저마다 영역이 있다. 서로 존중되어야 마땅하다. 존중하며 서로 돋보이게 할 때 빛나게 된다. 자유민주주의 실행은 복잡하고 지난하다. 지루하기까지 한 것이다. 다소 문제점도 도출되나 현재까지론 최선의 제도 아니겠는가?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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