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친숙한 도서관 만들기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친숙한 도서관 만들기

한선희 아름고 사서교사

  • 승인 2020-07-07 13:28
  • 수정 2021-06-24 13:49
  • 신문게재 2020-07-03 18면
  • 고미선 기자고미선 기자
한선희 증명사진
/한선희 아름고 사서교사
새 학교에 와서 적응하느라 정신이 없는 요즘이다. 딱 2년 전 세종에 신규발령을 받아 처음 왔던 그때처럼 모든 것이 새로운 기분이다. 거기다 코로나19의 등장까지 더해 정말 태어나서 경험해보지 못한 학교를 겪고 있는 것 같다.

새로운 학교도서관에서 학생들을 만나기 위해 준비하면서 나의 어린 시절 독서환경과 지금의 환경이 많이 달라졌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나의 학창 시절에는 세종처럼 도서관을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하나 있는 도서관은 초등학생 혼자서는 가기 힘든 10 정거장을 지나는 버스를 타고 10분의 극한 등산을 해야지만 갈 수 있었던 귀한(?) 곳이었다.

학창 시절 어느 날 학교를 돌아다니다 4층 구석에 책들이 모여 있는 실을 발견한 적이 있었다. 그곳이 학교도서관이었던 것 같은데 책을 좋아했던 나는 생각날 때마다 기웃거려보아도 굳게 닫힌 문은 졸업할 때까지 한 번도 열린 적이 없었다. 그래서 동창들은 학교도서관이 있었는지 모르는 친구들도 많이 있었다.



그때도 지금처럼 다양한 책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내 어린 시절의 아쉬움이 있어서인지 사서교사가 되면 학생들이 도서관에서 재미있는 책을 마음껏 읽을 수 있게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학생들에게 주변 도서관도 안내하고 학생들이 학교도서관을 친숙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수업과 행사도 많이 할 수 있게 노력 했다.

그래서 처음 한 일은 독서 행사 준비였다. 학생들이 도서관에 와서 즐거운 추억들을 쌓으면서 도서관을 재미있는 곳으로 생각해 자주 오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했었다. 행사를 준비하느라 밤늦게까지 일하고 주말에 나오기도 하여 여러모로 힘들었던 기억이 난다.

준비했던 여러 가지 중에서 학생들이 가장 좋아했던 건 '도전! 포춘쿠키를 잡아라!'와 '가을愛시'라는 프로그램이었다. '도전! 포춘쿠키를 잡아라!'는 책을 빌리는 학생들에게 미션지를 주고 미션을 수행해오면 독서명언이 담긴 포춘쿠키를 주는 행사였다. 미션에는 도서관에서 하는 행사도 있고 학교구성원을 찾아가 하는 행사들도 있었는데 학생들이 너무 좋아하고 언제 또 하냐고 요청이 자꾸 들어와 다음 해에도 이어 행사를 했다.

'가을愛시'는 컬러링 엽서에 색칠하고 뒤에 자기가 좋아하는 시를 읽고 필사해오는 행사였다. 행사가 끝나고 도서관에 전시도 하니 학생들이 종종 와서 자신의 작품이 있나 찾아보기도 했고 자신의 작품이 전시된 학생들은 뿌듯함에 친구들에게 자랑하기도 하여 도서관을 찾는 학생들의 하나의 재미가 되기도 했다. 이 행사가 제일 기억에 남는 이유는 책을 정말 많이 읽기로 유명했던 한 학생이 나를 찾아와 "선생님. 저는 이 행사로 처음 시집을 읽어보았어요. 이번 행사 정말 좋은 것 같아요."라고 얘기해줬던 것이다. 거의 하루에 책 한권을 읽는 학생이 이 행사 덕분에 시집을 처음 읽었단 말에 뿌듯함을 느꼈다. 이런 학생들의 반응에 독서 행사 준비과정의 고생은 잊어버리고 계속해서 행사를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을 많이 읽는다고 하여 꼭 훌륭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지만 우리는 책을 통해 많은 것을 배우게 된다. 예전에 비해 독서를 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춘 지금 우리 학생들이 이를 잘 활용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일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어린 시절 책을 통한 다양한 간접경험들로 세상을 더 넓게 보길 바라고 좋은 어른으로 성장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앞으로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해야겠다. /한선희 아름고 사서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