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산업부 신가람 기자 |
그간 의료진들이 흘린 땀들과 노고가 물거품이 되는 순간이었다.
사실 코로나 19도 대구, 경북이나 수도권에만 해당하는 소문들인 줄만 알았다. 하지만, 요즘 휴대전화에 울리는 재난 문자를 볼 때면, 그리고 필자의 거주지와 같은 확진자가 나타날 때면 어느새 다가온 현실임을 실감케 했다.
그러고 아주 잠시 동안 필자에게 생긴 변화들에 대해서도 생각했다.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피부에 가장 와 닿는 변화는 일상의 변화였다.
맥줏집이나 영화관에 자주 갔었던 일상에 제약이 생기면서 이제 6개월 차로 접어드는 이 순간에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표정엔 무기력함만 가득 쌓여있었다.
그래서였을까. 무더위로 인한 무기력이었을까. 매번 현장에 가는 걸 즐기다가도 어느 순간 가기 귀찮다는 생각을 했다.
그러던 차에 하루는 지역 내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취재하던 날이었는데, 멀리서부터 걸어가면서 선별 진료를 하던 의료진들을 무언가에 홀린 듯이 넋 놓고 바라봤다.
30도가 넘어가는 무더위에서 땀을 어찌나 많이 흘리는지 감염보호복과 피부는 한 몸을 이루고 있었고, 눈을 자주 깜빡거리는 이유를 물어보니 눈에 땀이 들어가서 따갑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아무렇지 않게 줄을 서 있는 시민들 사이에서도 의료진들은 산업혁명이 시작된 기계처럼 선별 진료를 진행하고 있었고, 그 모든 장면은 필자를 부끄럽게 했다.
그 모습들은 마치 의료진들이 필자에게 '살면서 목숨 걸고 일해본 적도 없는 놈이 인생을 무기력하게 살아?'라고 말하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이 순간에는 비판적 사고가 항시 대기하고 있는 기자의 본분을 잊고 감정적 사고에 치우치기도 했던 것 같다. 정부나 의료진들의 대응이 미숙했다고 하면 원한이 있었던 사람 마냥 죽기 살기로 달려드는 여론을 포함해 본인을 포함한 많은 언론인까지 우리가 정말 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있는 것일까?
과정에 있어 잘못된 점이 있을 경우에 대비해 예리한 사고분석은 항상 필요하지만, 어떠한 작은 메시지로도 의료진의 사기가 떨어진다면 좋은 회초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이 예고도 없이 찾아와 진상을 부리고 있는데, 그래도 집주인이 최고의 예우를 갖춰 잘 달래고 있으니 그 마음 씀씀이에 때론 감사함을 느낄 필요가 있다.
누군가는 필자에게 '혼자 마음이 따듯한 척하지 말라'는 얘기도 하겠지만, 길어봤자 70년 더 사는 인생, 누군가를 불필요하게 비난하면서 시간을 보내기보다는 누군가를 응원하면서 보내는 시간이 값진 시간 아닐까.
그리고 우리는 누군가를 위해 목숨 걸고 일했던 적이 있을까.
지금은 의료진들을 위해 따듯한 응원과 격려가 필요한 시기다.
신가람 행정산업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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