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제 기자 |
대전경찰은 수일 내에 자료를 취합해 검찰에 전달했고, 검찰은 한 달여 뒤 다시 '포돌이 인형'과 관련된 구체적 예산 자료를 재차 요청했다. 이 자료 또한 며칠 걸리지 않아 검찰에 넘겨졌다. 방문객에게 제공하는 '선물'을 문제 삼은 적은 전국 경찰청에서 단 한 차례도 없었던 특이한 사례다.
업무 협조였을까, 비공조에 따른 압수수색의 두려움이었을까. 경찰 내부에서 누구도 검찰의 과잉수사로 보이는 부분에 대한 지적은 없었던 것 같다. 마치 '압수수색만은 면하길'이란 생각을 하는 듯 아주 발 빠르게 대처했다.
이에 대전경찰청 관계자는 "정중하게 우리(대전경찰)에게 공문을 통해 요청했고, 정중하게 왔기 때문에 우리 기관에서도 협조했다"고 했다. 기자간담회 후 중도일보가 개별적으로 물었던 물음에 대한 대답이었다. 과잉수사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중한 요청'에 전임 청장의 자료를 잘 정리해 전달했다는 얘기다.
2020년 경찰은 검찰과의 관계에서 일대 전환을 바라보고 있다. 검경 수사권 조정안 때문이다. 지금까지는 검사가 경찰의 수사 전체를 지휘하고, 경찰이 수사한 모든 사건을 검찰에 송치한 후 검사가 기소 또는 불기소를 결정했다.
하지만 수사권 조정안 관련 형사소송법과 검찰청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크게 달라진다. 조정안이 적용된 이후엔 경찰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하기 전까지 검사의 수사지휘를 받지 않으며, 1차 수사 사건의 종결권까지 갖게 된다.
검찰의 조서 능력도 사라져 경찰과 마찬가지로 '피고인이 그 내용을 인정할 때'에 한해 증거능력으로 인정된다. 아직 적용하기까지는 시간이 다소 남아 있긴 하다.
이런 변하는 환경에서 경찰은 여전히 눈치 보기만 급급한 조직으로 덩치만 커가는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던지고 싶다. 역대 21대 경찰청장 중 과반이 넘는 11명이 피의자 신분으로 검찰 수사를 받았다. 그중 9명은 법정까지 섰으며, 8명은 유죄가 확정되기도 했다.
역대 경찰청장 개인이 잘못을 저질렀기 때문인가? 아니면 경찰이 게임도 안 되는 파워게임을 하다가 밀린 것인가? 혹은 둘 다인가.
차기 제22대 경찰청장으로 김창룡 현 부산경찰청장이 내정됐다. 국회 인사청문회에 대응하기 위해 김학관 경찰대 교수부장을 팀장으로 한 인사청문회 준비팀을 구성했다고 전해진다.
외부에선 검경수사권 조정과 검찰·경찰개혁 그리고 현재 차관급인 경찰청장을 장관급까지 격상하는 방안도 추진 중이다. 그러기에 앞서 경찰은 스스로 국민과 나라 앞에 당당한 모습으로 서야 한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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