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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52번가' 하수구의 철학자 라바
라바 원작│톡
아스팔트 하수구 아래 사는 두 마리 벌레들이자 유튜브 750만, 페이스북 200만 팔로워를 거느린 스타 '라바'. 몇 분 남짓한 라바의 영상은 숨이 컥 막히는 지하철 안, 미친 듯 흔들리는 버스 안에서 버티고 선 사람들 곁으로 기어 들어왔다. 두 벌레의 작은 쉼터 속 온갖 싸움과 쟁탈전 그리고 교감과 사랑은 도시의 한 풍경이자 삶의 일부분을 이야기했다. 잠깐의 유희 속 느리지만 치열한 삶의 몸짓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했다.
무언이었던 그들의 몸짓이 텍스트를 만나 책이 됐다. 하수구의 철학자라는 제목대로, 짧은 글들은 그 여백만큼 긴 생각을 할 여유를 남긴다. 라바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으면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좋다'고, '나는 걸어가고 있는데 모두 뛰어가는 것만 같아서 불안해질 때는 아예 멈춰서 나답게 천천히 라고 주문을 읊어' 보라고 응원한다. '작다는 것은 하찮다는 것이 아니'라고 강조하며 '적은 것으로 살 줄 아는 존재'들을 비추는 아포리즘 에세이는, 출퇴근길 눈이 마주쳤던 그 두 벌레가 이끄는 잠깐의 '슬로우 세상' 속으로 지친 당신을 데려가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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