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을 쌓아온 내 노력이 헛되지 않았던 2017년. 나는 취업을 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비정규직 제로화 시대'를 열겠다 천명했다. 기자는 박수를 쳤더랬다. 똑같이 일하고 '계약직 주제에' 소리를 들어가며 일하는 날은 없어져야 한다고 박수를 쳤다.
그로부터 3년 후. 인천공항 사태가 터졌고 지난 날 스펙을 긁어모았던 그 날들이 서글퍼졌다.
1900여명의 보안검색 요원들의 자회사 정규직이 아닌 인천공항 직접고용으로 취준생들은 펜을 내려놓고 팻말을 들었다. 이 논란은 SNS에서 급속도로 퍼졌던 한 글로 더 뜨거워졌다. "너희들이 5년간 취준에 매달려 있을 때 난 (비정규직으로) 돈 벌면서 정규직 됐다." 정규직 전환이 된 비정규직의 한마디는 취준생들이 펜을 부러뜨리게 했다. 취준생들은 비정규직으로 들어가 적당히 4~5년 다니다 정규직 되는 게 낫지 않겠냐며 울분을 토하기도 했다.
꿈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했던 그들의 노력은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기회는 불공평했고, 과정은 불공정했으며, 결과는 정의롭지 못하다며 '로또 취업'에 반대표를 던졌다.
'조국 사태'로 채 아물지 못한 상처는 더 크게 벌어졌다. 꿈의 직장에 들어가기 위해 노력했던 지난날들. 매일 코피 쏟아가며 새벽 강의에 부모님 눈치 보며 하루를 보냈던 청춘들은 또 좌절했다.
과정은 분명 잘못됐다. 적어도 동일한 출발선에 있어야 했다. 노력 없이 얻는 대가는 없다. 비정규직은 정규직 전환 때 제대로 된 취업규정이나 제도화 장치가 있었더라면 무작정 밀어붙이기 전환은 없었을 것이다. '경력 횟수를 채웠으니', '정부 정책 기조를 맞춰야 하니' 해서 따라가는 '비정규직 제로화'가 아니라 더 안정적인 고용문화를 만들 수 있는 공정한 과정을 만들어가야 한다. 제대로 된 정규직 전환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을과 을' 관계에서 충분히 합의를 이끌 수 있는 고용 약속문화를 만들어가야 한다. 비단 인천공항 사태에서 끝날 문제가 아니다. 정부는 이 사태를 해결하지 못 한다면 다른 공기업 사태를 일으킬 것이고 42만 청년실업자들의 등 돌린 모습을 마주하게 될지 모른다. 로또 취업을 반대한다. 기회는 공평하게, 과정은 공정하게, 결과는 정의로운 취업문화를 바래본다.
편집2국 박솔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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