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민경(대전도마초 병설유치원 교사) |
이런 변화된 교실 속에서도 변할 수 없는 것들이 존재한다.
그 중 하나, 선생님과 아이들의 소통(疏通).
소통(疏通)이란 '막히지 아니하고 잘 통함, 뜻이 서로 통하여 오해가 없음' 사전적 의미가 있다. 아이들과 서로 잘 통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새로운 놀잇감(자동차) 3개를 몰래 바지 주머니에 넣은 친구 OO가 있었다.
"OO야, 왜 자동차를 주머니에 넣었던거야? 솔직하게 OO의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겠니?"
".......(말을 하지 못한다)"
"말하기 힘들구나. 그래도 선생님은 OO의 마음이 너무 궁금해. 기다릴께. 이야기해주면 좋겠다."
3분 정도 지나자 OO는 울먹거리며 "계속 놀고 싶었어요."
"그랬구나. 새로운 자동차가 있어서 계속 놀고싶었구나." "네."
"그래도 선생님 생각에는 OO가 주머니에 넣는 건 잘못 한 것 같은데... 네 생각은 어떠니?" "맞아요." "그래, OO도 알고 있구나. 다음부터는 약속 잘 지키자~. "
OO는 이 날 이후로, 놀잇감을 주머니에 넣지 않았고, 나에게 웃음을 띄며 완성된 놀잇감을 보여주고, 대화하는 등 더욱 친근한 표정과 행동을 보였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내 마음을 알아주면 OK!' 인가보다.
선생님이란 무엇일까. 나는 아이들에게 어떤 선생님으로 기억되면 좋을까.
우선 '선생님은 진짜 너무해! 내 마음도 알아주지 않아. 억울해!' 이런 생각이 우리 아이들의 마음 속에 자라나지 않길 바란다. 그만큼 아이들의 생각을 듣고, 마음을 헤아려주고, 바르게 생각할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 그러다보니 아이들이 갈등이 생겨서 중재를 할 경우, 쉽게 1분이면 끝낼 수 있는 아이들과의 대화가, 길게는 10~20분까지 갈어지는 경우도 있다. 7살 아이들의 마음 속 이야기를 듣고 읽어주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그래도 나는 아이들의 선생님이기에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며칠 전, 학부모 상담기간 동안 아이들이 집에서 '선생님은 내 말을 들어줘, 선생님은 내 생각을 중요하게 생각해. 선생님은 나를 기다려줘.' 라고 말한다며 감사의 뜻을 전해오셨다. 참 다행이다. 그래도 내가 틀린 길을 걷진 않고 있구나 생각하게 된다. 감사한 일이다.
퇴근하는 길에, 잠시 아이들을 보러 교실에 들렸다. "어, 선생님 아직 안갔네요, 또 왔네요."
"선생님, 나랑 놀아요." "선생님~ 내일 또 만나요!" 크고 밝은 목소리로 인사해주는 아이들. 유치원 교사라는 직업이 어렵고 힘들지만 그래도 아이들을 있기에 내가 있을 수 있으니 감사하며 하루를 마친다. "얘들아, 내일 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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