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문화계를 비롯해 사회 전반에는 문화향유 갈증을 해소하고 각자의 마음을 다독일 수 있는 방편으로 '책 읽기'가 다시 확산하는 추세다.
중도일보는 대전 지역문화계를 이끌어 가는 주요 인사들에게 같이 읽고 싶은 책, 마음에 오래 간직하고 있는 책, 현재 읽고 있는 책을 추천받아 소개한다. 이름은 가나다 순이다. <편집자 주>
강신철 희망의 책 대전본부 이사장은 현시점에 반드시 읽어볼 도서로 '2050거주불능 지구'를 추천했다. 지구의 날 50주년을 맞아 출간된 이 책은 가장 믿을 만한 기후변화의 미래 시나리오를 제시한다. 폭염부터 반복되는 팬데믹에 이르기까지 우리 사회 근간을 뒤덮을 기후재난의 미래를 그린다. 폭염과 코로나19로 인해 삶과 사회 전반이 뒤엉킨 현시점의 모습과도 흡사하다. 강신철 이사장은 "생태계 기후변화도 생기고, 코로나 같은 역병 등이 점차 우리 생활에 영향을 주고 있다. 가까운 미래를 대비해서 읽어 볼만한 책"이라고 소개했다.
"제 삶의 지표, 방향성을 만들어준 책입니다." 코로나19로 올해 두 번째 휴관에 돌입한 대전예술의전당 김상균 관장은 대전시민에게 노반V. 필이 쓴 '적극적 사고방식'을 추천했다. 내 앞에 다가온 모든 것들에 맞서 적극적인 사고로 접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가를 깨닫게 해주는 나침반과도 같은 책이라고도 했다.
또 코로나19 시대 속에서 겁을 먹기보다는 할 수 있다는 마음으로 어떤 일이든 추진할 수 있다는 의지를 심어줄 수 있는 책이라고 서평도 덧붙였다. 김상균 관장은 최근 창작오페라와 관련해 지역의 작가들을 두루 만났다. 그리고 박범신 작가를 만나 소설 '소금'을 알게 됐고, 최근 정독했다고 말했다. 향후 소설 소금을 대전예당에서 연극으로 만날 수도 있을지도 모른다는 스포일러도 중도일보 독자에게만 전했다.
파리로 향하던 비행기, 류철하 이응노미술관장의 손에는 '김수영과 논어' 책이 한 권 들렸다. 고암 이응노의 미술 세계를 구체적이고 미래지향적으로 보여줘야 하는 관장의 임무를 맡은 류 관장에게 이 책은 아마도 각기 다른 사상과 논리도 합일점을 찾아갈 수 있음을 보여줬던 것 같다. 류 관장은 "서로 배타적으로 보이는 모더니즘과 전통주의가 김수영의 시속에 맞물려 있음을, 미래지향적 상상력과 전통주의가 새로운 차원으로 재탄생 될 수 있음을 밝힌 책"이라며 "비행기에서 단숨에 읽어 내려갔다. 고암 이응노의 삶과 예술에 대한 많은 시사점을 준 책"이라고 소개했다.
작가라면 당연히 시대의 아픔을 함께해야 한다고 강조하는 박소영 대전작가회의회장은 6·25를 맞아 지역에서 출간한 책을 함께 읽어볼 것을 권했다. 사람의 전쟁은 한국전쟁 발발 70주년을 맞아 비극의 역사를 돌아보고 어제의 기억을 되살려 통일시대의 발판을 마련하려는 대전 예술가들이 협업한 기록물이다.
전쟁을 주제로 한 시, 소설, 희곡, 동화, 구술, 문화비평으로 작가들이 직접 창작하고 취재한 내용이 담겼다. 박소영 회장은 "4·3과 4·19, 5·18과 6·25까지, 아픈 역사들이 우리 곁에 있다. 문학으로 아픈시대를 함께 느껴보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추천사를 남겼다.
선승혜 대전시립미술관장은 코로나19로 어려운 시대 속에서 행복한 삶을 위한 열정과 의지를 찾으려는 대전시민에게 '인생의 발견' 일독을 권한다.
저자 시디도어 젤딘은 여든 살 나이로 "인류가 조금 더 현명하고 행복하게 살기 위한 길은 어디 있는가"라고 인간의 영원한 화두를 던지고 있는데, 28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고민케 한다. 그리고는 더 나은 해법으로 우리를 당겨주고 있다.
선승혜 관장은 "이 책은 사소한 일상을 다시 발견하자는 것이다. 스치기 쉬운 일상이 얼마나 행복한지 우리 모두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제 일어나서 가자'는 손혁건 대전문인협회장도 이제 막 읽고 있는 장편소설이다. 논산 출신의 강태근 작가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대한민국의 슬픈 자화상을 여과없이 보여준다.
유신정권의 연장수단으로 제정된 교수재임용법의 올가미에 걸려 20년 동안 온갖 고초를 겪으며 고난의 세월을 이겨낸 작가의 복귀작이기도 하다.
강태근 작가는 보문고 재학 시절 제1회 대한민국학생예술문화상을 수상했고, 황순원 소설가의 애제자기도 하다. 2015년 대전문학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손 회장은 "이제 막 읽기 시작했으니, 이 기사를 보고 책을 읽기 시작한다면 우린 같은 책을 읽은 즐거움을 공유하게 될 겁니다"라고 말했다.
이동선 계룡문고 대표는 올바른 교육과 가치관에 대해 열정이 높다. 책은 모든 교육의 기반이 된다고 누누이 강조해오고 있다. 중도일보의 책 추천 이야기에 이 대표는 최근 JTBC '차이나는 클라스'에 출연해 명강의를 선보이고 있는 김누리 교수의 책을 추천했다.
이 대표는 "김누리 교수의 책은 우리 사회의 모든 문제가 어디에서 왔는지 진단해주고 있다. 독일과 한국의 역사적 배경은 비슷하지만, 다른 사례를 들어 이런 것들이 어떻게 적용됐는지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독일은 동서가 통일했고, 나치를 청산했지만 우리는 남북문제가 여전히 남아있고, 일제를 청산하지도 못했다. 결국, 이런 것들은 입시와 과열경쟁 등으로 변모해 우리 삶의 근본적인 문제가 되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중도일보 독자들과 함께 읽고 싶은 책을 추천해주세요, 라는 기자의 질문에 이분희 새일서적 대표는 지체없이 법정스님의 책을 골랐다. 이분희 대표는 주로 성경을 읽는 기독교인이지만, 법정스님의 글은 종교의 벽을 허물고 정독하고 싶은 책이라고 설명했다.
'좋은말씀'은 법정스님 열반 10주기를 맞아 미출간 법문 31편을 묶은 책이다. 1994년부터 2008년까지 법회와 대중 강연을 통해 울림을 주던 법문을 담았다. 좋은말씀과 함께 법정스님의 명수필을 감상할 수 있는 '스스로 행복하라'도 추천했다.
이분희 대표는 "법정스님의 글과 책은 사심없이 사람을 아우르는 힘이 있다"고 강조했다.
대전문학관 이은봉 관장은 시를 쓰는 시인답게 책 추천을 요청하자 대전과 세종, 충남의 동료 문인들의 신작을 적극 소개해달라고 말했다.
이은봉 관장이 고심 끝에 고른 시집은 정완희 시인의 붉은 수숫대로, 6월 갓 나온 시집이다. 정완희 시인은 평생 엔지니어로 기곗밥을 먹고 살았다.
이번 시집은 농촌이라는 심리적 터전과 도시라는 육체적 터전을 양가(兩家)적으로 두고 살아가는 한 세대의 내밀한 고백처럼 다가온다.
이은봉 관장은 “한 권은 아쉽다”며 세종 출신의 진영대 시인 '길고양이도 집이 있다', 금산 출신이나 대전에서 살고 있는 이강산 시인의 '하모니카를 찾아서'도 추천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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