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인간이 절대 보지 못하는, 진짜 자신의 얼굴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인간이 절대 보지 못하는, 진짜 자신의 얼굴

얼굴을 그리다│정중원 지음│민음사

  • 승인 2020-06-24 10:29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얼굴을그리다
 민음사 제공


얼굴을 그리다

정중원 지음│민음사



우리가 태어나서 단 한 번도 보지 못하고 죽는 것은 무엇일까. 책의 첫 문장이 던지는 질문의 답은 '나의 얼굴'이다.



역대 최연소로 19대 국회 의장, 5대 헌법재판소장의 공식 초상화 제작을 의뢰받은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가의 에세이 『얼굴을 그리다』는 스마트폰, 컴퓨터 기술로 사실을 기록하는 '카메라-이미지'가 보편화된 시대에 왜 초상화를 그리는지에 대한 섬세하고 밀도 있는 응답이다.

우리는 거울을 만들고, 초상화를 그리고, 카메라를 발명해 사진과 영상을 찍어서 얼굴을 확인하지만 자신의 눈으로는 끝내 볼 수 없다. 아무리 정밀한 카메라조차 '왜곡'을 피할 수 없으므로 '나의 얼굴'은 먼 우주나 깊은 심해처럼 미지의 영역으로 남아 있다.

저자는 '볼 수 없는 것을 알기란 어려운 일'이므로,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그 영원한 불가능성이 '나 자신의 불가지성을 적나라하게 상기'시킨다고 말한다. '얼굴'이라는 수수께끼는 그렇게 존재를 성찰하려는 본원적 욕구와 맞닿고, 한평생 삶을 감싸는 모든 타자의 얼굴들과 밀접히 얽히고설키게 한다.

저자는 사실상 '얼굴'이 인간을 이루고, 또 인류가 이룩한 거의 모든 것과 연결돼 있다고 강조한다. 윈스턴 처칠 등 역사적 초상과 그것에 뒤얽힌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주며 얼굴을 향한 인류의 욕망과 초상의 관계를 지적하고, 딥페이크 기술 등 최첨단 초상의 현주소를 살핀다. 인플루언서가 등장하는 광고와 대중매체, 마오쩌둥이나 이승만 초상 같은 공공기념물 등으로 재현되는 수많은 얼굴의 의미도 짚어낸다.

하이퍼리얼리즘 초상화를 그리는 화가로서 체득한 깨달음은 세상의 새로운 얼굴을 보여준다. 모공 하나하나가 보이고, 솜털 한 가닥 한 가닥이 만져질 것 같은 작품은 사람들에게 무엇이 사진이고 무엇이 그림인지, 어디까지 실재인지를 고민하게 한다. 원본과 복제, 실재와 가상의 위계는 전복되면서 '나는 누구인가, 나의 욕망은 무엇인가, 나의 존재와 욕망은 오롯이 나의 것인가' 묻는다. 나의 원본이라고 믿고 있던 '자아'라는 것이 타인과 사회가 주입하고 강요하는 가치의 복제본이 아닌지 눈을 뜨고 나면, 얼굴을 골똘히 들여다보고 고민하는 과정이야말로 자아와 타자를 이해하고 가치를 판단하는 첫 발이 될 수 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2.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3.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4.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5.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 '혁신적 역발상' 통했다

세종의 높은 상가공실 문제를 감추지 않고 있는 그대로 드러내 문제 해결을 노린 혁신적 역발상의 '2024 세종상가공실박람회'가 실수요자들의 큰 관심 속에 막을 내렸다. 상가 소유주와 실수요자를 연결함으로써 상가공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세종시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공동으로 20일부터 21일까지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개최한 이번 박람회에는 이틀간 1000여 명이 현장을 방문했고 프랜차이즈 부스에서는 6건의 실제 가맹계약이 성사됐다. 여기에 박람회 이후 10개 팀이 실제 상가 현장을 찾았으며 추가로 방문 예약..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