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 |
어쩌면, 인구밀도가 높은 도시생활을 등지고, 첩첩 산중에 살고 있는 '나는 자연인'이라고 외칠 수 있는 사람이 적자생존에 딱 맞는 경우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마스크를 쓴 모습이 일상이 된지 오래 되었다. 그것보다, 끝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사람을 불안하게 만들고 공포심을 유발한다. 그렇지만, 어차피 겪어야할 일이라면, 생각을 이렇게 바꿔보면 어떨까, 내가 감염되지 않으려고 마스크를 쓰는 것이 아니라, 나로부터 상대방에게 감염시키지 않으려고, 상대방을 안심시키려고 마스크를 쓴다고 말이다.
이런 생각들이 모든 사람들에게 퍼진다면 멀어진 마음이 가까워지지 않을까 상상해 본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거리가 먼 사람들이 있다. 코로나19를 피하기 위해 '나는 자연인이다'를 외치고 싶지만, 오히려 코로나19에 다가가야 하는 사람들이 있다.
반갑지 않은 코로나19 현황 뉴스는 아직도 매일 매일 계속되고 있다. 확진자가 계속해 발생한다는 것은 판정을 하는 의료진이 고생하고 있다는 것인데, 정작, 의료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무관심이 적절한 표현으로 여겨진다.
우리 의료진은 평일은 물론이고, 현충일을 비롯한 공휴일, 그리고 주말에도 지친 몸을 이끌고 자원봉사자로 보건소 및 선별진료소에서 코로나19 검진에 참여하고 있다.
지난 21일에는 서구보건소 선별진료소에서 검사를 진행하던 보건소 직원이 어지러움을 호소하며 실신 증세를 보이기도 했다. 그도 그럴 것이 33도까지 오르는 무더위에서 하루에만 120명이 넘는 인원의 검사를 5개월 이상 진행하다 보면 몸과 마음이 상하는 건 당연한 결과일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해당 직원은 즉각적인 부축과 조치로 인해 큰 문제가 발생하지는 않았지만 해당 상황을 현장에서 보면서 지역 내 의료진들의 노력과 땀이 얼마나 진해지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장에서 근무하는 직원은 보건소 직원뿐만이 아니다. 보건소 직원을 비롯한 간호 공무원, 보건직 공무원들도 확진자의 이동 경로, 역학 조사 등 끝없는 싸움인 걸 알면서도 허약한 방패만을 가지고 싸움에 임하고 있다.
후배 의료진들에게 '집에서 쉬지 뭐하러 주말까지 지원 나왔어'라고 말을 건네면, 후배 의료진들은 혹시라도 미안해할 선배들에게 '에이, 집에 있으면 뭐해요'라며 웃어 넘겼다.
괜히, 공치사를 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자원봉사로 참여하고 있는 의료진의 노고에 가슴 뜨거운 감사와 존경을 표하기 위해서 이렇게 글을 쓴다.
의료진들도 주말과 공휴일을 가족과 함께 보내거나, 휴식을 취하고 싶을 것이다. 코로나19 감염도 걱정스럽다. 나로 인하여 가족이 감염되지 않을까 두렵기도 하다. 의료진도 사람이기 때문이다.
아직 6월초인데, 날씨는 여름 날씨인 요즘이다. 코로나19 검진 진료소에서는 에어컨도 켤 수 없다. 밀폐된 공간에 감염이 확산될 것을 우려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의료진은 우주복과 유사한 방역복을 착용해야 하기 때문에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코로나19 현황판에 가려진 존경하는 의료진 덕분에 코로나19 감염 확산을 막은 성과를 외국에서도 칭찬하는 것이다.
시민들께서도 우리 의료진들에게 따뜻한 말과 시선을 보내주기를 바란다. 그러한 격려가 우리 의료진에겐 큰 힘과 용기를 주기 때문이다. 김영일 대전시의사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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