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병안 기자 |
첫 번째는 중앙공원인데 농경지가 보전된 장남평야에 서서 남쪽에는 금강과 세종시청, 북쪽에는 정부세종청사 그리고 건설 중인 아파트를 바라보는 것이다.
벼가 자라는 논에 서서 최신 공법의 건축물을 바라볼 때면 서로 다른 시대가 한 공간에서 뒤섞이는 감정을 느낄 수 있다.
두 번째는 국립세종도서관 4층 구내식당이다.
4000원짜리 백반을 파는 이곳은 도서관을 찾은 학생과 시민들 그리고 어린아이들까지 부담 없이 허기진 배를 채울 수 있는데, 창문 밖 호수공원 풍경이 일품이다.
행복도시 가장 중심에 중앙공원과 호수공원을 두었고, 국립세종도서관은 이들 공원을 가장 잘 바라볼 수 있는 곳에 위치했는데, 그중에서 국내식당은 으뜸이다.
국민의 돈으로 정비한 한강과 남산을 고가의 아파트와 상업건물이 병풍처럼 둘러싸고 독점적으로 소유하는 서울과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세 번째는 정부세종청사 옥상정원이다.
15개 건물의 옥상을 연결해 총연장 3.6㎞에 이르는 정원은 꽃과 나무가 빼어나지 않으나 주변 건물보다 낮은 수평의 공간이 무한정 펼쳐진 탈권위·탈중심을 체험할 수 있다.
어느 곳이 특별히 풍경이 좋지도 나쁘지도 않고 우월하지도 그렇다고 열등하지도 않은 다름의 풍경이 3.6㎞ 펼쳐진 공원이라고 바라볼 수 있다.
기자가 바라본 세종시는 도시 중심을 비우고 중심지역을 만들지 않으며 권위적 위계를 멀리한 노력 끝에 이러한 특징을 갖게 됐다고 본다.
그러나 최근 착공한 정부세종신청사는 지금까지 가꿔온 수평으로 펼쳐지는 캔버스형 도시에 거대한 못을 하나 박아 세우는 느낌이다.
2014년 완성된 정부세종청사가 4~8층 높이이고, 별관처럼 다소 떨어진 곳에 마련된 3단계 2구역도 12층 높이에 불과하다.
세종청사 한복판에 15층 고밀도 업무시설을 세움으로써 행복도시가 지향했던 탈중심과 탈권위 그리고 위계 없는 수평의 도시공간구조를 거스른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또 건설규모는 산업통상자원부 등이 입주한 세종청사 2단계 2구역보다 작으나 주차장은 정부세종신청사가 2-2구역보다 2배 많은 공간을 확보함으로써 편의성에서도 위계가 만들어졌다.
게다가 정부세종신청사에 입주할 부처도 준공 시점에 결정할 예정인데, 국무조정실과 기획재정부처럼 힘 있는 부처가 좋은 위치에 건설되는 고층의 업무시설을 차지하는 모양새가 그려진다.
정부부처가 세종으로 이주해 수평의 공간에서 상호협력하는 관계에서 신청사를 계기로 수직의 관계로 회귀하는 게 아닌지 우려된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은 채 부처를 바라볼 수 있는 위치에 세워지는 높은 탑, 15층 정부세종신청사에 기자가 갖는 노파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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