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코로나19로 본 시골의 재발견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코로나19로 본 시골의 재발견

김재석 소설가

  • 승인 2020-06-22 15:59
  • 신문게재 2020-06-23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김재석
김재석 소설가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이 언제 잠잠해질지 알 수가 없다. 'K방역'이라 불릴 정도로 세계가 깜짝 놀란 대응체계를 보여 준 한국이지만 좀처럼 그 불씨를 끄지 못하고 있다. 대도시를 중심으로 무증상 감염자에 의한 2차 대유행까지 걱정할 정도이다. 한 여름에도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하나 싶다. 겨우 여름 초입인데 벌써부터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것 같다.

나는 2014년 6월 초여름 시골로 거주지를 옮겼다. 도시의 삶을 청산하고 시골로 들어와 펜으로 밭을 매고, 글농사를 지으며 살 요량이었다. 그 당시 땅이 구해지자 내 손으로 한 번 집을 짓고 싶었다. 자연스레 관심이 주변 시골집으로 옮겨갔다. 시골집의 첫인상은 이랬다.

'가난하게 때론 소박하게 살아온 촌부들의 나이만큼이나 늙어버린…' 1970년대 새마을 운동 당시 초가지붕을 석면 슬레이트 지붕으로 바꾼 그 때의 모습이거나, 컬러 강판으로 지붕무늬만 바꾼 집들이었다. 나는 이 분들 집과 조화로우면서도 마을에 역동적인 활기를 불어넣는 그런 집을 짓고 싶었다. 촌스러우면서도 촌티(?)나지 않는….

지금, 집 거실을 움푹 파내고 만든 팔각 정자에 앉아 차 한 잔을 들고 마당 텃밭을 바라보고 있다. 그 때 도시의 삶을 청산하지 못했다면 지금쯤 어땠을까 하면서….



"僞學日益, 爲道日損, 時中"(도덕경 48장과 중용의 한 구절)

친형이 써준 붓글씨가 큼직한 액자에 담겨 거실 벽면에 걸려있다. 풀이하면 '학문은 닦을수록 더해가고, 도는 닦을수록 덜어낸다. 둘 사이의 역동적 균형' 쯤 된다. 도식적으로 말할 순 없지만 도시의 삶이 더 쌓는 일이라면 시골에서는 덜어내는 게 일이다. 욕심도 덜어내고, 생활비(?)도 덜어내야 한다. 삶의 사이즈를 작게 맞춰 입어야 한다. 지금은 고전이 된 슈마허의 '작은 것이 아름답다'란 책을 다시 읽고 싶은 아침이다.

슈마허가 지적한 성장지상주의에 빠진 세계 경제의 허울과 그 과정에서 낳은 환경과 인간성 파괴의 결과물이 오늘의 팬데믹과 연결된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도시는 경제성장의 모든 양분을 빨아먹고 비대해졌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지도 모르는 옆집 사람에게서 바이러스가 옮지 않을까 걱정하며 살아간다. 코로나19 이후의 세계는 분명 지금과 다른 모습일 거라고 많은 석학들이 예측한다. 나는 그 중 하나가 시골의 재발견이라고 본다. 바이러스 감염자가 거의 나오지 않는 시골의 쾌적한 공기, 거리두기를 잘 지키는 집 간격(?), 초록이 익어가는 논밭을 말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인간은 자신의 행복을 위해 스스로 조절하고 통제할 수 있는 사이즈의 경제 규모를 유지할 때 비로소 쾌적한 자연환경과 공존할 수 있다.'는 슈마허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기 때문이다. 시골은 작은 사이즈의 경제 규모를 실천할 수 있는 곳이다. 그리고 팬데믹 이후 세계는 자국의 식량안보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현대자동차가 세계에 퍼져있는 조달공장에서 부품수급의 어려움을 호소한다고 하지만 코로나사태가 지속된다면 식량수급도 만만치 않은 문제가 될 것이다. 자급자족의 식량공급 체계를 만들지 못하면 넘쳐나는 전자기기의 풍요 속에 배는 쫄쫄 굶는 빈곤을 맞이하게 될지 누가 알겠는가. 도시는 향후 비대면 산업과 AI를 기반으로 한 첨단산업으로 갈 것이 뻔하다. 그러면 노동에서 소외된 이들이 갈 곳은 어디인가! 나는 시골이어야 한다고 본다. 지금 농촌은 인구 고령화로 소멸위기에 있다. 도시에서 일자리를 잃은 사람들, 은퇴를 시작하는 7백만 베이버부머가 시골로 들어와 그들의 빈자리를 채워준다면 분명 농촌은 역동적인 활기를 띨 것이다. 시골은 사람이 없어서 하지 못하는 창의적인 일들이 너무 많다.

김재석 소설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