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국회의장 탄생에 보태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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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이] 국회의장 탄생에 보태는 바람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승인 2020-06-22 08:05
  • 수정 2020-06-22 08:09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손종학 교수
내 고향 충청이 별 볼 일 없는 지역 취급당하고 있다는 느낌에 자조와 푸념만이 빈 머리 채울 때, 모처럼 단비가 가슴을 적셔 주었다. 박병석 의원의 국회의장 취임이 바로 그 단비였다. 변변한 정치 지도자 하나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황량한 땅에서 국가 의전서열 2위의 국회의장 탄생은 지역민 모두가 박수로 환영할만한 일이리라.

하지만 단비는 단비이지만 짧은 단비다. 여름날 가물어 먼지 풀풀 날릴 때 잠시 마른 먼지 적셔 준, 그런 빗물이다. 왜일까? 궁금함에 한 발 더 들어가 살펴본다. 불과 몇 해 전에도 우리 지역 출신의 국회의장이 있지 않았던가?

그러나 그 정치가가 충청을 위해 무엇을 했는지 언뜻 떠오르지 않는 건 필자만의 우매함이자 답답함일까? 이 답답함이 새로운 국회의장 탄생이라는 기쁨이 어쩌면 짧은 단비에 불과할 수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게 한다.

요는 자리가, 의원 선수(選數)가 문제가 아니라 무엇을 해놓았는가가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전만 해도 6선의 박병석 의장과 5선의 이상민 의원이 있다. 햇수로 보면 박 의장은 국회의원만 21년째, 이 의원은 17년째 하고 있다는 말이다. 이분들 나름 열심히 의정활동을 했기에 어려움 속에서도 선수를 더해가며 여기까지 왔겠지만, 과연 그 오랜 세월 동안 지역을 위해서 무엇을 했는지 스스로 꼽아보라고 한다면 무엇을 꼽을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하기까지 하다.



국민의 대표이자 지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이라는 자리는 누구나 꿈꾼다고, 능력 있다고, 노력한다고 오를 수 있는 자리가 결코 아니다. 우리를 대표하는 자이기에 어느 면에서는 신성하기까지 한 자리다. 그러기에 의원 자리가 직업이 돼선 안 된다. 편하게 표현해 세비만 받는 의원이 돼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러기에 의원들의 의정활동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할 것이다.

앞으로 4년을 어떻게 지내느냐에 따라 위대한 정치가로 기억될 수도 있고, 자리만 차지했던, 그렇고 그런 정치인으로 우리네 기억 속에서 소리 소문도 없이 사라질 수도 있기에 그렇다. 하물며 국회의 최고 어른인 국회의장이야 무슨 말이 더 필요할까?

그러면 이제 국회의장을 끝으로 오랜 정치 인생을 마감할 수도 있는 박병석 의장이 마지막으로 불태울 지역 숙원이자 국가 과업은 무엇일까?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필자는 세종시의 완성을 들고 싶다. 세종시는 단순히 중앙 부처 몇 개가 충청지역으로 내려오는 그런 사업이 아니다.

세종시가 충청지역에 건설됐다는 건 국가의 최고의사결정이 충청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요, 지역이 중앙이 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세종시가 상징하는 바다. 삼국이 통일된 후 1400년이 지나도록 그 언제 충청에서 국가의 최고의사결정이 이루어진 적이 있었던가? 우리에게 세종시의 존재 가치가 간단치 않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국가의 최고의사결정은 행정부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그 완성은 국회의 입법과 행정부 견제, 예산 편성을 통해 비로소 이뤄진다. 국가적 의사결정은 결국에는 법과 제도로 이뤄지고, 국가적 사업은 예산이 수반될 때 제대로 성취되기 때문이다. 세종시의 완성에 국회의 이전이 포함돼야 할 당위성이 여기로부터 도출된다. 국회의장으로서 국가와 지역을 위해 국회 이전이라는, 아니 최소한 분원이라도 설치할 역사적 과업을 이룰 책임이 정치가 박병석 의장에게 놓여 있다.

충청민들은 결코 쉽게 불만을 표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그냥 지나치지도 않는다. 말을 하지 않아도 유심히 지켜본다. 그런 양반 충청 유권자들이 여섯 번이나 뽑아준 박 의장을 두 눈 치켜뜬 채, 두 손 모은 채 바라보고 있을 것이다. 주어진 과업을 훌륭하게 완수하고 자랑스러운 모습으로 4년을 마치는지를. 필자도 새로운 국회의장 탄생에 희망의 바람을 담아 지켜보겠다.

/손종학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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