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승용 한의사 |
요즘 자주 보는 한 티브이 프로그램 '개는 훌륭하다'의 반복되는 멘트와 상황들이다.
사람을 따라다니는 염소, 집을 지키는 오리, 어딘가 다쳐서 치료받고 야생으로 돌아가는 독수리 등등 신기한 여러 동물을 보여주는 동물농장 같은 프로그램들에서 언제부터인가 전적으로 개들만 보여주는 프로그램들이 생겨 난 거 같다.
이 프로를 보기 전에는 개를 어려서부터 오래 키워 와 느낌으로 막연히 알고 있었던 것들과 착각하고 잘 못 알고 있던 것들이, ‘개통령’이란 별명으로 유명한 훈련사나 수의사가 알려주는 개들의 행동 표현 방식을 배우는 게 재미있다. 다양한 개들의 행동을 방송으로 직접 보면서 구체적으로 개들의 공통된 표현 방식들을 보게 되니 마치 다른 나라의 언어를 배우는 것 같다.
예를 들어 "좋아, 바로 그거야"라는 긍정과 칭찬의 표현은 개들이 어떤 행동을 했을 때 바로 잘했어라고 하면서 간식을 하나 준다는 것과, "안돼, 하지마"라는 부정과 거부는 단호한 표정으로 손바닥을 보이거나 무릎으로 개를 밀치는 행동이다.
별거 아닌 "돼"와 "안돼"의 두 가지 표현이지만 이 단순한 행동 표현의 반복과 확대로 개한테 정확한 사람의 의사가 전달되고 이런 행동들이 점점 늘어나면 서로 말은 통하지 않지만 결국 사람과 개가 소통되며 문제점들이 나아졌다.
그런데 의외로 개들 문제의 원인은 바로 그 개들의 주인이었다.
얼마 전만 해도 한국사회에서는 개들은 목줄을 해서 집 밖에서 묶어 키우며 보통 집 지키는 가축이었다면 요즘은 친밀감을 주는 애완동물로 진짜 친구나 가족 같은 관계로 격상됐고 한 집안에서 사람과 개가 같이 살고 있다.
같은 공간 안에 살려면 사람과 개가 또는 개들 사이에서 위계질서가 필요한 것 같은데, 일반인 대부분은 이런 교육을 받은 적도 없이 개들에게 자신들의 내부 공간을 허용했고, 그 안에서 사람과 개 또는 개와 개간의 바람직 하지 않은 사회관계가 형성돼 버렸다.
주인들은 강아지 때 "안돼"라는 표현 없이 마냥 귀여워만 해서, 다 자라 덩치가 커지고 힘이 세졌을 땐, 주인을 보호한다는 본능이 주인을 소유한다는 개념으로 바뀌며, 다른 개들에 대해서는 지배를 하고 있는 개념이 생겨, 사람이 개의 주인이 돼야 하는데 개가 사람보다 더 높은 위치에서 결국은 주변의 사람과 다른 개들을 통제하게 했다.
이런 문제의 솔루션은 과잉된 사랑 표현의 자제와 절제된 단호한 명령의 반복이었다. 계속된 교육으로 좋은 것과 해선 안 되는 것들을 지켜야 하는 규칙으로 알게 됐고 그런 과정들에서 사람과 개, 또는 다른 개들과의 관계가 개선됐다.
그러다 어는 순간 우리의 아이들과 겹쳐졌다.
중학교 3학년의 남자아이와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를 둔 아빠여서인지 모르겠지만, 부모가 되는 학습이나 연습 없이 아빠가 돼버렸고, 순진하고 귀엽기만 하던 남자아이가 중학생이 되면서 덩치가 커지며 엄마 말 안 듣고 반항하는 모습을 보일 때 방송에서의 개와 그 보호자들은 나나 아이들 엄마가 비교됐다. 물론 정확히 같은 상황은 아니지만, 소통이 잘 안 된다는 문제는 같은 듯하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나도 어렸던 적이 있었고 사춘기도 지나왔을 건데 어느 순간부터인가는 아이들 입장은 생각 못 하고 지금 세대의 가치관만을 주장하는 속칭 '꼰대'가 돼 있는 건 아닌가 반성해 본다. 다른 사춘기 아빠들을 만나 이야기해 보면 ‘우리 집만 그런 것이 아니라 그쪽 집은 더 심하군’하며 위안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식인데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한다.
이 프로그램을 보면 참 부러운 게 엄청난 문제가 있는 견(犬) 이어서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인 것 같은데도 나름 단순한 대화의 반복으로 교육이 이뤄지고 관계가 개선된다. 사람의 세대 간에도 이런 소통의 방법이 있어서 배울 수 있으면 좋을 것 같다.
/박승용 아이누리한의원 세종점 대표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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