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영 선임연구위원 |
비대면의 일상화는 통행 변화로 나타났다. 우선, 승용자동차와 대중교통의 이용이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 5월까지 대전 시내 주요 도로의 교통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평균 8.5% 감소했다. 코로나19가 절정에 달했던 3월에는 12.1%가 감소했다. 같은 기간 도시철도 이용객은 작년 동기 대비 32.4%가 감소했으며, 3월에는 55.3%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자전거 이용률은 크게 증가했다. 타슈 이용객은 2월에서 4월까지 51.8% 증가했다. 특히, 3월에는 76.8%가 증가했다. 또한, 전동킥보드, 전동휠과 같은 퍼스널모빌리티(일명 PM)의 이용도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변화는 적어도 최근 수십 년 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큰 변화다. 정책 방향을 수정해야 할까? 변화를 즉각적으로 정책에 반영해야 되는지에 대한 의문이 남을 수 있다. 그러나 코로나 이후에도 교통정책에서 감염병 상황을 고려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우선, 코로나19 이전의 상황으로 완전하게 되돌아가기도 어렵고 돌아간다 하여도 또 다른 감염병 우려가 상존하기 때문이다. 방역전문가와 미래예측 전문가들 역시 대체로 코로나의 완전 종식을 희박하게 보고 있다. 감염병 예방은 상수인 것이다.
두 번째 이유는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정보통신기술을 체험했다. 코로나로 어쩔 수 없이 IT 기기를 활용했지만, 결과가 의외로 좋았다. 어떤 회사에서는 코로나 이후에도 비대면 업무를 대폭 늘리겠다는 곳도 있다. 정도의 문제겠지만 통행행태가 변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한 대목이다.
세 번째는, 자전거와 보행, 전동킥보드 등 비동력수단과 개인 이동수단이 대안교통으로 떠오른 점이다. 비동력수단은 이전에도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수단이며, 퍼스널모빌리티는 전 세계적으로 그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결국, 교통정책 측면에서는 감염병이라는 상수가 추가된 것이다. 다만, 향후 교통정책은 기존 정책과 감염병 상황이라는 두 가지 상황을 동시에 충족하여야 하며 환경적·사회적으로 바람직한 방향이어야 한다는 전제를 둘 필요는 있다.
우선, 이용밀도를 낮추어야 한다. 대중교통은 이용객의 밀도를 고려하여 혼잡시간대 운행빈도를 높일 필요가 있다. 또한, 유연근무제, 시차출근제를 강화하여 출퇴근 시간대에 과도하게 집중되는 것을 방지하여야 한다.
둘째, 비동력 및 개인교통수단을 적극적으로 장려할 필요가 있다. 자전거와 보행, 퍼스널모빌리티 등은 감염병 상황에서 유효한 수단일 뿐 아니라 환경적으로 바람직하기 때문이다. 시설을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자전거를 대중교통과 연계시키고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 볼 수 있다. 마침, 퍼스널모빌리티는 금년 12월부터 자전거도로 이용이 가능해졌으므로 자전거도로의 개선에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셋째, 자동차 중심의 도로운영을 보행자, 자전거 중심으로 재편할 필요가 있다. 운영뿐 아니라 도로공간구조도 재편할 필요가 있다. 보행과 자전거는 전체 통행량의 40%를 넘는데, 그동안 보도와 자전거도로는 차도에 딸린 보조공간일 뿐이었다. 자전거와 보행이 경쟁력 있는 수단이라면, 도로 이용 주체 간 공간적 형평을 맞출 필요가 있다. 서구에서는 그렇게 바꾸는 예가 흔하다. 덴마크는 도로공간을 보행자와 자전거, 자동차가 각각 1/3씩 공평하게 나누어 쓰고 있다. 도로공간은 이미 만들어져 있으니 운영과 실행의 문제다. 단지, 필요한 것은 관성에서 벗어난 발상의 전환일 뿐이다.
코로나19로 모두 지쳐있다. 그러나 어려움 속에서도 긍정적인 변화들을 끄집어낸다면 좀 더 나은 사회로 가는 밑거름이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대전세종연구원 이재영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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