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현정 금산여고 교감 |
나를 보자 마자 우리학교의 일명 실버교사분의 자신감 넘치는 환한 얼굴을 잊을 수 없다. 실버교사란 50대 이후의 연령대 교사들에 대해 본교에서 부르고 있는 별칭이다. 이 별칭이 나오게 된 시기가 코로나19로 인한 원격수업 준비 기간이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사상 초유의 원격수업이 시작됐다. 이 온라인 수업 준비로 인해 일선 학교는 초긴장 상태였고, 어디부터 어떻게 준비를 해야할지 갈피를 못잡고 불안한 시기였다. 특히나, 초짜 교감에 게는 더더욱 그러했다. 이 시기에 가장 힘들었던 것은 실버교사들의 자조적인 푸념들이었다. 지금이 명퇴를 해야하는 때인가, 우리가 교사이지 무슨 유튜버냐, 가뜩이나 대면 수업에서도 집중을 못하는 아이들을 무슨 수로 컴퓨터 앞에 잡아둘 수 있느냐는 등의 푸념소리가 마치 내 잘못처럼 느껴져 그들의 얼굴을 마주보기가 쉽지 않았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늘 느긋하게 관망하던 실버교사들의 입에서 이러한 불안함이 뱉어질 만큼 코로나19는 일선 교육현장에 큰 위협으로 다가왔다. 그렇다고 푸념만 늘어놓을 수는 없었다. 학교의 원격수업에 대한 방향을 잡기 위한 치열한 논쟁이 이어졌고, TF팀을 조직해 방향을 잡았다. 우선, 본교는 온라인 클래스로 LMS(학습관리시스템)을 구축하고, 오프라인 수업처럼 시간표대로 원격수업을 진행해야 하며, 단순히 EBS강좌만 링크시키지 않고 쌍방향 화상 강의와 수업 콘텐츠를 제작해 사용하도록 했다.
조회·종례시간마다 Zoom을 통해 학생 출석을 확인했고, 매시간 출결지도를 철저히 하는 것으로 방향을 잡았다. 어느 누구도 해보지 않은 원격 수업이다보니 지침도 뚜렷하지 않았고, 시행 착오한 사례도 없었다. 그래도 원격 수업도 수업이니만큼 우리가 가르치는 아이들의 특성은 우리가 잘 알기 때문에, EBS의 어떤 명 강사들보다도 더 잘 가르칠수 있다는 생각과 열정은 변함이 없어보였다.
그 열정이 통했을까?
지금 생각해보면 열정과 교사 자존심이었던 것 같다. 원격수업에 필요한 연수가 시작되자 가장 먼저 연수 장소에 들어서는 것은 우리 실버교사들이었다. 맨 먼저 들어와서는 젊은 후배 선생님들의 손을 경쟁하듯이 잡고 맨 앞자리부터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젊은 후배 교사들에게 멘토, 멘티 하면서 연수 내내 질문과 대답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진지한 연수 모습은 처음이었다.
1주일간 원격연수에 대한 프로그램을 계속 실시했다. 교과별로 교사학습공동체를 통해서 교과에 가장 어울리는 원격수업 방법을 찾도록 했고, 기자재도 마련해주었다. 오히려 이젠 실버교사들에 의해 원격수업이 주도되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이제, 금산여고의 실버교사들은 원격수업의 달인이 됐다. 실시간 쌍방향 수업을 하고 계시는 분들, 매 시간 수업 콘텐츠를 제작하여 수업 녹화하느라 빈 교실을 찾아 들어가시는 분들. 모두 우리 선배 교사들의 모습이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인해 유난히 쓸쓸한 스승의 날을 보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학교 현장에서 내몰림을 당하지 않을 당당한 스승들이 학교에 계속 남아 있는 한, 어떠한 위기도 넘길 수 있고, 그 다음에 기다리는 것은 곧 기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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