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드라마 '워킹데드' 이미지. 사진=amc 제공 |
사실 인간은 진화 초기 단계에서부터 타인을 살해해 왔다. 이탈리아 알프스 산맥에서 발견된 5300년 된 빙하 인간은 누군가가 쏜 화살에 살해되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보면 1만 2000~1만 4000년 전의 구석기인들의 유골에서도 타살의 증거들은 발견된다. 대학 교수이자 작가인 데이비드는 고고학적, 고생물학적 증거들을 토대로 살인은 인간의 오랜 역사 동안 진화에 적응하기 위한 압력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생존과 번식은 지구상에서 살아가고 있는 모든 생명체에게 당면한 가장 중요한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살인이 그 자체로 훌륭한 생존 전략이자 인간 본성의 일부로 진화해 왔다면 왜 살인이 인간의 역사에서 그보다 더 만연하지 않았나 하는 의문이 들기 마련이다. 살인은 효과적인 만큼 치명적인 전략이기 때문에 인간이 타인을 살해하는 심리 기제를 진화시킨 것과 함께 타인에게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도 진화시켰다는 것이다. 실제로 많은 사람들이 살해당하기 직전의 위험한 상황을 직감적으로 깨닫는다. 어두운 밤거리를 홀로 걸을 때 경계심을 느끼는 것, 살인 사건과 관련한 기사와 살인자들에 관심을 갖는 것 등이 모두 살해당하지 않으려는 방어 기제의 일부이다.
현대 사회에서 살인을 하면 법적으로 처벌 받는다. 인간은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살인의 대가를 계산한다. 그러면서 살인은 더 이상 흔하지 않게 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살인에 대한 상상을 실천에 옮기지 못한 결정적 요인은 감옥에서 오랜 시간 보내고 출소 후에도 정상적인 사회생활이 어려울 것이라는 마음이 기저에 깔려있기 때문일 것이다.
소말리아는 무정부 상태다. 오래 지속된 내전 상황으로 총기류가 범람해 어린 아이도 권총을 장난감으로 가지고 놀며 이로 인해 총으로 사람을 해치는 것에 대한 죄의식 없이 쉽게 총을 사용한다. 이러한 상황에서의 살인은 일반적인 사회보다 큰 의미를 가지지 못한다.
어쩌면 인간에게 내재된 살인 본능은 환경과 규정에 의해 다스려지는 걸지도 모른다.
편집부 최고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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