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그런데 이용수 할머니의 기자회견을 보면, 모금 끝나고 배가 고프다고 하니까, 윤미향이 돈 없다면서 밥을 사주지 않았다고 말하는 대목이 나온다.
여기서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는 건 윤미향은 위안부 할머니들을 앞세워 모금하고도, 그 돈으로 할머니에게 밥조차 사주지 않았다는 건데, 도대체 모금은 누구를 위한 것이었을까?
만일 위안부 할머니들을 내세우지 않고, 윤미향이 정의연이라는 단체를 설립하였다면, 어느 누가 그만큼의 성금을 냈을까?
할머니들을 앞세워 성금을 받아놓고,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만 그 성금을 지출한다면, 과연 정당한 것일까? 그것이 성금을 낸 사람들의 의사에 부합하는 것일까?
할머니들을 내세워 모금한 성금은, 이를 낸 사람들의 의사에 부합하게 사용해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형법상 업무상횡령죄로 처벌받는다. 결국, 윤미향과 정의연은 자신들의 생각에 따라 성금을 사용하지 않고 할머니들의 복지를 위해 사용했어야 옳다.
나아가 윤미향 개인계좌로 모금한 성금은 비자금을 조성한 경우와 같으므로 사용내역을 피고인 측에서 입증하지 못하면, 입증하지 못한 금액만큼의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
결과적으로 윤미향은 할머니들을 내세워 모금한 성금 중 상당 부분을 할머니들의 복지와 관계없이 할머니들의 의사를 묻지도 않은 채 자신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곳에 사용했거나 유용했던 것으로 보여 업무상횡령죄의 처벌을 면할 수 없을 것으로 여겨진다.
그런데도 민주당은 윤미향을 감싸고 돌기만 하고, 심지어는 이용수 할머니에게 입에 담지도 못할 험담을 쏟아붓는 것을 보고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해찬 대표 말대로 아직 검찰에서 수사 중이고, 재판도 받지 않은 건 사실이다. 그런데 민주당이 야당일 때 인사검증을 하면서 낙마시켰던 그 많은 총리, 장관 후보자들 모두 유죄판결 받기 전이었다는 걸 벌써 잊은 것인가?
만일 정치권에서 모든 사안을 법원의 판결을 통해 해결하려고 한다면, 정치인은 도대체 왜 존재해야 하는가?
현재도 판사가 부족해 모든 사건이 지연되고 국민은 판사에게 하소연 한마디 하기 어려운데, 정치인들 사건을 보면 하루종일 판사들을 붙들고 있고, 몇백 명이든 증인들을 불러 대고 있다. 정치인들이 정치적인 사건들을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늘 법원의 판결에 맡길 생각이라면, 국회의원을 절반을 줄이고, 그 돈으로 판사들은 더 늘려주는 게 맞지 않을까?
더 이치에 맞지 않는 건 민주당은 ‘사법농단’으로 무죄를 받은 판사들을 탄핵하겠다고 하면서도, 윤미향이 무죄를 받으면 제명하지 않고 국회의원으로 계속 두겠다는 것으로 보여 형평성도 없어 보인다.
이용수 할머니는 자신의 기억만으로도 당당하고 자신있게 기자회견을 진행했는데 반해, 윤미향은 어째서 미리 준비한 회견문만 낭독하면서도 진땀을 뻘뻘 흘려야 했을까? 이 제로섬 게임의 해답은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윤미향이 30년간 위안부 할머니들과 함께해온 인생을 폄하하지 말라는 사람도 많다.
그런데 뇌물죄로 줄줄이 구속되는 수많은 정치인, 공무원, 교수 중에 아무런 업적이 없이 그 자리까지 간 사람들이 있을까? 친일파나 종북으로 비난받는 사람들은 모두 아무런 업적이 없는 사람들일까? 그 사람의 업적이 크면, 뇌물을 받든, 횡령을 하든, 음주운전을 하다가 사람을 다치게 하든 전부 이해하고, 처벌해서는 안 되는 걸까?
당연히 아니다. 아무리 훌륭한 업적을 가진 사람이라도, 단 한 번의 잘못으로 교도소에 가고, 인생의 나락으로 떨어지는 것이 정의다. 국회의원은 국민을 대표하는 사람으로, 일반 국민보다 훨씬 높은 수준의 도덕성과 청렴성을 가지고 있어야 하니, 더더욱 제명하는 게 맞다.
눈앞의 작은 이익을 위해 시민운동의 가장 큰 이상인 정의를 포기한다면, 더 이상 시민운동일 수 없고, 국민은 등을 돌릴 것이다.
/이종오 법무법인 베스트로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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