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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곤 지음│효형출판
마드리드 건축대학의 수업시간, 각자 자기 나라의 역사를 소개하는 자리에서 저자는 처음으로 잉카에 관심을 갖게 된다. 페루 친구가 발표한 마추픽추와 잉카, 멕시코 친구가 소개한 아스텍과 마야는 그에게 아주 먼 나라의 신비한 건축 이야기로 다가왔다. 그로부터 9~10년 후 직접 마야와 아스텍, 잉카 유적을 돌아보게 되면서 '태양의 도시'는 살아있는 전설이 되어 저자의 가슴 속을 파고든다.
『안녕, 잉카』는 스페인 건축을 전공한 건축가의 눈으로, 사라져버린 잉카를 이 세상에 다시금 꺼내 보인다. 벽돌 한 장 한 장 테라스가 갖는 의미 등을 친근하고 신비하게 풀어내며, 잉카 석공의 거친 손끝으로 땀과 눈물과 피로 쌓아올린 그 시간들을 두 발로 건져 올린다. 콘도르의 영혼이 박제돼 있는 마추픽추를 상상력으로 흔들어 깨우며, 그 진실과 마주하는 역사의 증인이 됐다고 자부한다. 직접 오감을 동원해 써내려간 글과 잉카 건축 스케치, 생생한 사진으로 독자의 상상 너머 잉카와 마추픽추, 안데스의 밑그림을 더해준다.
쿠스코 인근의 잉카유적만 보거나 마추픽추를 주마간산으로 둘러보고 떠나는 한국인 여행자의 모습은 저자에게 그만큼 아쉽다. 지구 반대편 잉카와의 만남은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누구에게나 과거로 떠나는 시간 여행이자 미래의 창문을 여는 통찰의 시간'이기 때문이다. 잉카의 유산은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만들고,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상상력의 원천이 무엇인지 묻는다. '인생의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마추픽추에 가라'는 말 그대로, 책이 보여주는 마추픽추와 잉카의 가슴 벅찬 모습은 독자들에게 삶이 무엇인지 생각하게 한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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