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내일] 근로자 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동입법 필요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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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내일] 근로자 구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노동입법 필요성

김영록 노무사

  • 승인 2020-06-14 09:57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김영록 노무사
김영록 노무사
근로자들은 회사로부터 부당한 대기발령, 직위해제, 해고 등의 인사처분을 받았을 경우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거나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제기해 권리를 구제받을 수 있다. 다만 소송의 경우에는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므로, 현실적으로는 약 2개월 안에 판정을 받을 수 있는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노동위원회는 단기간 내에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사용자 인사처분의 정당성을 신속히 판단함으로써, 근로자에게는 빠른 권리구제실현 방법이며, 사용자에게는 사용자가 행한 인사처분의 정당함, 부당함을 신속히 알려줌으로써 인해 기업에 올바른 인사관리방향을 제시해, 추가적인 손해를 방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처럼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는 좋은 제도이나, 최근 노동위원회 사건을 진행하면서 보완이 필요하다고 느낀 바가 있어 이야기하고자 한다. 노동위원회 구제절차는 근로자 등이 구제신청을 제기하면 반드시 판정에까지 이르지는 않는다.

판정하게 되면 각하, 기각, 인용의 3가지 판정이 나올 수 있으나, 근로자와 사용자 양 당사자 간 소모적인 갈등 비용을 최소화하고자 조금씩 양보해 갈등을 원만하게 해결하는 화해로 사건이 종결되기도 한다.



근로자와 사용자의 의견을 수렴하여 양 당사자 간 화해의 의사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화해회의를 개최하는데, 화해조건에 대하여 양 당사자가 모두 동의하게 되면 화해조서를 작성하고 사건이 종료된다.

노동위원회에서 화해조서를 작성하게 되면, 민사소송법에 따른 재판상 화해의 효력을 갖게 된다. 이를 근거로 근로자는 사용자가 화해조건을 이행하지 않으면 강제집행을 통해 권리구제를 실현할 수 있게 된다. 다만 법원이라는 또 다른 구제절차로 진행해야 하며, 근로자 본인이 강제집행절차를 진행할 수 없는 여건이면 법무사 또는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하므로 이에 따른 추가적인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화해에서 일부 조건을 양보하고 화해한 근로자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이며, 또한 근로자의 추가적인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이 된다.

형사적 구제권한까지도 잃어버리게 되기도 한다. 통상적으로 노동위원회 사건과 노동청사건이 각각 제기돼 병행되고 있는 상황이면 종종 둘을 병합해 화해가 진행되기도 하는데, 합의가 이뤄지면, 화해조건으로 민형사상 진정 및 고소를 하지 않는다는 내용이 조건으로 들어간다. 즉 근로자는 화해할 경우 노동청에 진정 또는 고소할 수 있는 권리도 잃는다. 화해하고 나서 사용자가 이를 이행하지 않으면 그 피해는 오로지 근로자에만 부담이 된다.

실제로 필자가 수행해 화해했던 여러 사건 중 사용자가 그 조건을 이행하지 않아 근로자가 강제집행을 진행했던 사건이 있었다. 그 당시 사용자가 미지급한 금품은 약 100만 원 가량이었고, 근로자가 추가적인 비용 소요와 절차적 진행의 어려움에 망설이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았을 때, 화해회의 당시 근로자를 설득해 화해했던 필자의 입장이 매우 초라해지는 순간이었다.

이에 필자는 사용자가 화해제도 악용을 방지하기 위해, 화해조건을 미이행 시 형사 처벌할 수 있는 근거 마련이 필요하다고 본다. 현행 근로기준법 상에는 확정된 구제명령(인용판정)을 이행하지 않았을 경우 노동위원회의 고발이 있는 경우 형사 처벌할 수 있는 조항이 있다.

화해한 경우에도 이를 준용하자는 것이다.

2019년 11월 말 중앙노동위원회 통계자료에 의하면 전체 접수 건수 13,850건 중 화해로 종료된 사건이 3561건에 해당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이 중 사건이 종결되지 않고 진행 중인 사건이 1797건인 점을 보면 그 비중은 더 높아진다.

이렇듯 전체 사건 중 화해사건으로 종결되는 사건의 양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더 보호해야 할 필요성이 중요하다고 보이므로 화해로 원만하게 종결되었음에도 근로자가 재차 고통받는 일이 없도록 입법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김영록 노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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