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영웅으로 신분세탁 된 친일반민족행위자 '파묘(破墓)' 여론이 형성되면서 국립대전현충원에 안장된 친일파 4명에게도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역에서는 "친일파 파묘 적기는 바로 올해"라며 "속도감 있는 절차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으고 한편에서는 "6·25 전쟁의 공훈을 생각해야 한다"는 상반된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2009년 대통령 소속 친일반민족행위진상규명위원회에 의해 친일반민족행위자 11인이 발표됐다. 이 가운데 7명은 서울현충원, 4명은 대전현충원에는 안장돼 있다. 대전현충원 안장자 4인은 김석범, 백홍석, 송석하, 신현준이다.
김석범은 항일세력을 소탕하고 체포해 살해, 양민을 붙잡아 사격 과녁으로 삼았던 간도특설대 정보 책임자였다.
백홍석은 일제를 위해 조선인 병력동원을 담당했던 대한민국 초대 재향군인회장이고, 송석하는 간도특설대 창설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이다. 만주국 봉천군관학교를 수석 졸업해 만주국 황제의 금시계를 받기도 했다.
해병중장 초대사령관이었던 신현준은 "나는 마침내 소망하던 대로 만주군 장교가 되기 위해 봉천군관학교에 입교하게 됐다"고 밝힌 바 있다.
운암김성숙사업회 마정현 기획과장은 "이들은 대전현충원 장군 제1묘역에 안장돼 있다"며 "우리는 신속한 이장을 원한다"고 강력하게 피력했다.
국립묘지 설치법에 의하면 국립묘지는 국가와 사회를 헌신하고 봉사한 분들이 사후 안식을 취하는 곳이다. 그러나 친일파로 분류되는 4인의 안장은 설치법 규정에 맞지도 않고, 정서상 옳지 않다는 주장이 거세게 일면서 파묘 주장이 힘을 받고 있다.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 홍경표 사무국장은 "국가공인 친일파인 4인은 친일파인명사전에 등재된 60명과는 다르다. 이들은 간도특설대 소속으로 독립군을 토벌하러 다니던 일본군"이라며 "광복 후 국군 창설 당시 만주와 일본군들이 군 창설의 핵심이 됐는데 이들이 한국전쟁에서 공을 세우며 신분세탁을 했고, 친일반민족주의자에서 전쟁영웅으로 비화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
현충원 파묘를 위해서는 국립묘지법과 상훈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주당에서 파묘 법안을 준비하고 있고 군인권센터 또한 친일파 파묘와 이장을 주장하고 있으나, 야권에서 반대 입장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어 정치적 갈등으로 비화되는 모양새다.
국가보훈처는 우선 친일반민족주의자 11인 안장 정보 비고란에 '친일파' 표기를 덧붙여 놨다. 파묘와 관련해 국가보훈처와 현충원은 법률 개정이 우선돼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경표 사무국장은 "민족문제연구소 대전지부는 20년 동안 파묘를 주장해 왔는데 최근 사회 분위기가 변했다는 것을 느낀다. 21대 국회의원 70%가 친일파 파묘 혹은 이장에 공감하고 있어 적기는 올해가 되지 않을까"라고 말했다.
한편 운암김성숙사업회는 '친일과 항일의 현장 현충원 역사 바로 세우기'를 주제로 오는 13일 친일파 파묘 퍼포먼스와 현충원 탐방에 나선다.
이해미·이현제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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