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박만순 작가는 한국전쟁 전후로 발생한 민간인 학살 진실 규명을 위해 햇수로만 18년째 충북과 대전, 전국을 누비고 있다. 그 첫 결실은 '기억전쟁'으로 충북 민간학살 피해자 2700명의 이름과 나이, 마을, 피해장소, 사건명을 직접 밝혀 담아낸 책이다.
'기억전쟁'에 이은 두 번째 결실은 '골령골 기억전쟁'인데 충북에서 대전으로 시선을 옮겨왔고, 레드컴플렉스(빨갱이)와 연좌제에 묶여 힘들게 살아온 피해자 유족들의 삶을 최초로 조명했다.
전화 인터뷰에 응한 박만순 작가는 "골령골의 기억전쟁을 쓰기 위해 유가족 50여 분을 만 1년 동안 인터뷰했다. 돌아가신 분들의 사연이나 당시의 기록도 중요하지만, 이번 책은 유가족으로 살아온 그분들의 삶에 주목했다"고 강조했다.
인터뷰나 조사과정은 예상하듯 수월치 않았다. 한 분 한 분의 사연이 무미건조하고 담담하게 들을 수 없는 이야기였던 터라, 작가는 인터뷰 내내 외상 후 스트레스를 경험했다.
박 작가는 "가장 어려웠던 건 피해의식이 여전히 강하게 남아있다는 거다. 국가기관이 만들어져 명예회복은 됐지만, 대전형무소 학살사건, 제소자 자녀라는 레드콤플렉스가 크다. 가해자 처벌이나 과거사 폭로가 주가 아님에도 유가족들이 마음을 열어주지 않았다"고 전했다.
'골령골 기억전쟁'은 95% 팩트와 5%의 상상력을 통해 재구성된 논픽션이다. 작가는 이 책이 진실규명을 위한 하나의 참고서가 되길 바라는 마음을 품고 있다.
박 작가는 "산내 골령골은 굵직한 사건의 흐름은 조사보고서에 나와 있지만, 많이 비어있는 부분은 가해자를 밝혀내지 못했다는 거다. 이 책에서는 현장책임자 헌병 중위 심용현의 실명을 밝혀냈고, 최소 피해자는 그동안 이야기됐던 1800명이 아닌 5000명가량이 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우리는 줄곧 동학농민운동으로 시작된 4·19와 광주민중항쟁 등 정권에 저항한 현대사 영웅에게만 주목했는지 모른다. 작가는 소중한 민중역사와 함께 소외되고 잊힌 민간학살 재조명도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만순 작가는 "민간학살은 아무리 강조하고 밝혀내도 지나침이 없다. 국가폭력에 의해 민주화운동을 했던 몇십 배의 사람들이 인권유린 당했다. 역사를 바꾸는데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인권유린의 피해자들을 재조명하고, 실종되고 상실된 인권을 제대로 밝혀주는 것이야말로 한국사가 나아가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작가의 세 번째 책은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고 대한민국 전역에서 사회주의자, 민족주의자(보수주의자)들이 국가폭력으로 피해를 본 이야기를 준비해 또 한번 민간학살 진실규명에 나선다.
한편 박만순 작가는 오는 6월 27일 산내골령골 추모제에 참석해, 인터뷰에 응해준 유가족들에게 책을 전달할 예정이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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