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충남 학생인권조례 제정 타협의 문제가 아니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충남 학생인권조례 제정 타협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인권위원회 문은현 서기관

  • 승인 2020-06-10 08:06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문은현1111
문은현 서기관
충남에서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추진하면서 학생 인권 개선을 위해 당연히 제정해야 한다는 측과 교권침해, 정치적 악용, 동성애 조장 등이 우려된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지난 8일 충남도의회는 '충청남도 학생 인권 조례안' 심의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학생 인권 조례안이 학생 개개인의 권리만 강조하다 보니 교원의 교수권을 침해하는 것 등에 대한 고민과 방안이 부족하다"며 주장하고 있고, "학생 인권 조례안에서 성 소수자 학생의 성적 지향 등을 권리로 명문화해 동성애가 급속히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학생 인권 조례 제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시도할 때마다 모든 지역에서 매번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 교칙 조사나 학생 인권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어떤 학교는 '운동화가 학생다운 것'이고, 어떤 학교는 '구두가 학생다운 것'이라고 정의한다. 외투 착용도 추위와 더위에 따라서가 아니라 학교가 정한 날짜에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학교마다 '자의적'인 기준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 인권 보장의 첫걸음인 학생 인권 조례는 그동안 소홀히 취급받았던 학생 인권에 대한 보호와 학생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에 관해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는 헌법적 가치와 국제 인권협약,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법규로 법리적 타당성과 함께 사회적 동의도 갖고 있다. 학생 인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인권 강화 추세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는 우리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게 되고 내가 존중받고 있듯이 남의 인권도 존중하게 되는 문화의 확산 시작점이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문제는 충남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찬반여론이 뜨겁다. 이러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몇몇 지역에서는 학생 인권조례를 이미 공포해 시행하고 있고 긍정적인 효과도 입증이 되고 있다.

학생 인권 조례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히 두발 규제나 체벌 철폐를 넘어 학생을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하려는 인간 회복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간답게 대접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성숙할 기회'를 부여하는 출발점이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이다.

이제는 학생 인권을 왜 보장하느냐는 식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 잘 보장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학생 인권이 한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지역교육자치단체의 학생 인권 보장 책무를 국가가 이행해야 할 학생 인권 보장 책무로 대신하는 듯한 인권 담론 구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수준에서 법률로 '아동·청소년인권법'을 제정 검토가 필요하다. '아동·청소년인권법'의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아동·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틀을 제시함으로써 인권을 하나의 사회규범으로 제시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학생 인권 조례가 전국에서 통과돼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중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4개 지역뿐이라는 현실은 우리나라 인권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다.

민주주의 국민으로서 헌법조차 부인하고 어떻게 민주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며 살겠다는 것인가?

하루속히 학생 인권 조례가 충남 지역에 만들어져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앞으로 시민의 인권, 아동·청소년의 인권이라는 큰 틀에서 학교에서의 학생 인권이 논의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 인권도 자유권, 평등권, 교육권 등을 비롯해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문은현 국가인권위원회 서기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 고교 당일 급식파업에 학생 단축수업 '파장'
  2. 대전 오월드서 에어컨 실외기 설치 작업자 추락해 사망
  3. 열악했던 대전 여성노숙인 쉼터…지원 손길로 '확 달라졌다'
  4. "뿌리부터 첨단산업까지… 지역과 함께 혁신·성장하는 대학"
  5. 대전 중구 교육부 평생학습도시 신규 선정 '중구가 대학, 온마을이 캠퍼스'
  1. 대전교사들 "학교 CCTV 의무화, 사건 예방에 도움 안돼" 의무화 입법에 반발
  2. 계룡산성 道지정문화재 등록 5년째 '보류'…성벽과 기와 무너지고 흩어져
  3. 대전 금고동 주민들 "매립장·하수처리 공사장 먼지에 농사 망칠판" 호소
  4.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5.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헤드라인 뉴스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르포] 4·2 재보궐 현장…"국민통합 민주주의 실현해야"

"탄핵정국 속 두 쪽으로 갈라진 국민을 하나로 통합하고 민주주의가 살아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어요." 4·2 재보궐선거 본 투표 당일인 2일 시의원을 뽑는 대전 유성구 주민에게선 사뭇 비장함이 느껴졌다. '민주주의의 꽃' 선거를 통해 주권재민(主權在民) 이라는 헌법적 가치를 발현할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저마다 투표소로 향한 것이다. 오전 10시에 방문한 유성구제2선거구의 온천2동 제6투표소 대전어은중학교는 다소 한산한 풍경이었다. 투표 시작 후 4시간이 흘렀지만 누적 투표수는 고작 200표 남짓에 불과했다. 낮은 투표율을 짐..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눈덩이 가계 빚' 1인당 가계 빚 9600만 원 육박

국내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이 약 9500여 만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특히 40대 차주의 평균 대출 잔액은 1억 1073만 원으로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한국은행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말 기준 가계대출 차주의 1인당 평균 대출 잔액은 9553만 원으로 조사됐다. 이는 관련 통계가 작성된 지난 2012년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1인당 대출 잔액은 지난 2023년 2분기 말(9332만 원) 이후 6분기 연속 증가했다. 1년 전인 2..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는 어디?... 동구 가오중, 시청역6번출구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친구들과 즐거운 숲 체험

  • 한산한 투표소 한산한 투표소

  •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앞 ‘파면VS복귀’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