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현 서기관 |
지난 8일 충남도의회는 '충청남도 학생 인권 조례안' 심의에 앞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측에서는 "학생 인권 조례안이 학생 개개인의 권리만 강조하다 보니 교원의 교수권을 침해하는 것 등에 대한 고민과 방안이 부족하다"며 주장하고 있고, "학생 인권 조례안에서 성 소수자 학생의 성적 지향 등을 권리로 명문화해 동성애가 급속히 확산할 우려가 있다"고 학생 인권 조례 제정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을 시도할 때마다 모든 지역에서 매번 비슷한 주장을 하면서 조례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전국적으로 학교 교칙 조사나 학생 인권실태조사 결과에서는 어떤 학교는 '운동화가 학생다운 것'이고, 어떤 학교는 '구두가 학생다운 것'이라고 정의한다. 외투 착용도 추위와 더위에 따라서가 아니라 학교가 정한 날짜에 따라야 한다. 한마디로 학교마다 '자의적'인 기준들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학생 인권 보장의 첫걸음인 학생 인권 조례는 그동안 소홀히 취급받았던 학생 인권에 대한 보호와 학생도 인간으로서 당연히 누려야 할 보편적인 권리에 관해 규정해 놓은 것이다. 이는 헌법적 가치와 국제 인권협약, 초·중등교육법 등 상위법의 내용을 보다 구체화한 법규로 법리적 타당성과 함께 사회적 동의도 갖고 있다. 학생 인권을 강화하고자 하는 것은 국제사회의 인권 강화 추세와도 맥을 같이한다.
이는 우리 아이들의 숨통을 틔워주게 되고 내가 존중받고 있듯이 남의 인권도 존중하게 되는 문화의 확산 시작점이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문제는 충남 지역뿐 아니라 전국적으로 찬반여론이 뜨겁다. 이러한 반대 여론 속에서도 몇몇 지역에서는 학생 인권조례를 이미 공포해 시행하고 있고 긍정적인 효과도 입증이 되고 있다.
학생 인권 조례가 중요한 또 하나의 이유는 단순히 두발 규제나 체벌 철폐를 넘어 학생을 도구가 아닌 인간으로 존중하려는 인간 회복의 노력이기 때문이다. 우리 아이들이 인간답게 대접해 자신의 문제를 스스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성숙할 기회'를 부여하는 출발점이 학생 인권 조례 제정이다.
이제는 학생 인권을 왜 보장하느냐는 식의 논의는 의미가 없다. 어떻게 잘 보장할 것이냐를 논의해야 할 때이다. 학생 인권 조례 제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지역과 학교라는 울타리 안으로 학생 인권이 한정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또한, 지역교육자치단체의 학생 인권 보장 책무를 국가가 이행해야 할 학생 인권 보장 책무로 대신하는 듯한 인권 담론 구도를 극복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국가 수준에서 법률로 '아동·청소년인권법'을 제정 검토가 필요하다. '아동·청소년인권법'의 제정을 통해 우리 사회의 아동·청소년의 인권에 대한 사회적 기준과 틀을 제시함으로써 인권을 하나의 사회규범으로 제시 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
현재 학생 인권 조례가 전국에서 통과돼 시행되고 있는 지역은 전국 17개 시·도중 서울시교육청을 비롯한 4개 지역뿐이라는 현실은 우리나라 인권의 현주소를 말해 주고 있다.
민주주의 국민으로서 헌법조차 부인하고 어떻게 민주시민으로서 권리를 누리며 살겠다는 것인가?
하루속히 학생 인권 조례가 충남 지역에 만들어져 타인의 인권을 존중하는 학교문화가 만들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더불어 앞으로 시민의 인권, 아동·청소년의 인권이라는 큰 틀에서 학교에서의 학생 인권이 논의도 검토해야 한다. 그리고 학생 인권도 자유권, 평등권, 교육권 등을 비롯해 포괄적이고 종합적인 범위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문은현 국가인권위원회 서기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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