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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지역서점들은 이번 조례를 통해 학교와 지역서점이 유대관계를 형성하고, 그동안 페이퍼컴퍼니(유령서점)에 빼앗겼던 지분을 정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기현 대전시의원이 대표발의한 '대전시교육청 지역서점 협력 및 독서문화 진흥 조례안'은 인터넷 서점에 밀려 운영이 어려운 지역 서점을 지원하는 조례다.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에서 도서를 구매할 때 지역(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인증서점)에서 우선 구매하도록 하는 권장하는 것이 골자다. 대전시 지역서점 활성화 정책과 결은 비슷하나, 학교와 공공도서관에 적극적인 협력을 요청하는 것으로 공감과 공유의 성격이 더욱 강하다.
지역서점 우선 구매 정책은 결과적으로 100여 개 남은 대전 지역서점의 뿌리를 지키겠다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에 지역서점도 조례 통과로 고무된 표정이다.
이옥재 대전시서점조합장은 "조례가 시행되면 지역서점이 도움을 받을 수 있다. 지금까지 학교 수의계약은 절반은 유령서점이 장악해 왔다. 법적으로 사업등록증만 있으면 법적 제제가 불가능하다는 점을 악용한 것"이라며 "이번 조례가 발효되면 인증서점 72곳을 중심으로 학교와 공공도서관이 우선 구매되고, 지역서점에 활기가 돌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했다.
이어, "다만 조례가 시행된다고 해서 즉각적인 효과는 없다. 장기적으로 학교와 서점이 유대감을 갖게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대전지역서점조합에 따르면, 지난해 학교 도서 수의계약을 분석한 결과 28억 가운데 60%는 유령서점이 장악한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 3월 문체부가 유령서점 등장을 우려하고 지역서점을 우선 이용해줄 것을 당부한 이유기도 하다. 현재 대전을 제외한 11개 지자체는 일정 요건을 갖춘 지역서점에만 조달계약 체결이 가능하도록 하고 있다.
지역서점은 이번 조례를 계기로 각각의 서점마다 자생적인 힘을 키울 수 있는 문화공간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하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역작가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지역작가와의 만남, 북 콘서트를 개최해 단순히 판매공간이 아닌 문화복합공간으로 지속성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조합의 목소리다.
이영기 대전서점조합 부조합장은 "연간 도서구매에 할당된 예산이 지역서점으로 나뉘면 지역서점은 자생력을 갖고 유지될 수 있다. 그렇다면 지역서점은 그에 상응하는 문화마케팅을 고민하고, 돌려줘야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전지역서점조합에서 매년 다독상을 시상하고, 작가 초청 북콘서트를 주관하는 이유도 더 이상 일방적인 판매로는 소통할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했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옥재 조합장은 "올해 코로나19로 신학기 특수가 사라지면서 지금 소매나 대형서점 모두 어렵다. 어제도 지역서점 1곳이 폐점을 알려왔다. 서점은 지역민의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한 곳"이라고 호소했다.
한편 조합에 등록된 대전 지역서점은 대덕구 10개, 서구 33개, 중구 19개, 동구 14개, 유성 21곳으로 모두 97개다. 대전교육청 공공도서관과 학교도서관 지난해 연간 도서구매 예산은 각각 1억6000만원, 25억원이다 .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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