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한용덕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자진사퇴 한 가운데 야구계에서 독수리군단 사령탑의 흑역사가 회자되고 있다.
2010년 이후 평균 수명이 2.3년으로 비교적 짧지 않지만, 그 이면엔 중도 사퇴와 경질 등 좋지 않게 물러난 경우가 많아 한화 감독 자리는 이른바 '독이 든 성배'로 비유된다.
프로야구판에서 명장으로 이름을 날리던 감독들이 독수리 지휘봉만 잡으면 그동안 쌓아둔 커리어가 한순간 무너질 정도로 힘을 못쓰고 있다.
최근까지 이글스 더그아웃을 지켰던 프랜차이즈 스타 출신 한용덕 감독 또한 찬바람을 피해가지 못했다.
한 감독은 지난 7일 NC 다이노스 홈경기를 끝으로 한화이글스와 작별했다. 구단 단일 시즌 최다 기록인 14연패와 함께 최하위 성적 부진을 홀로 떠안았다. 2018년 한화 11대 감독으로 취임한 지 2년 6개월 만이다.
최근 10년간 한화를 이끌다 중도에 지휘봉을 내려놓은 지도자는 한용덕 감독을 포함해 4명이다.
2010년 8대 감독에 오른 한대화 전 감독은 8개 구단으로 운영된 리그에서 꼴찌를 차지했다. 이듬해 팀을 공동 6위에 올려놨지만, 2012년 8월 시즌 성적 부진으로 도중 물러놨다. 그는 2년 8개월 동안 독수리 둥지를 지켰다.
한 감독의 뒤를 이어 한국 프로야구 역대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김응룡 감독이 2013년과 2014년 두 시즌 동안 모두 최하위 수모를 겪었다.
김응룡 감독은 해태 타이거즈와 삼성라이온즈 시절 전무후무 10번의 한국시리즈 우승을 이끌었던 명성에 흠집이 갔다. 김 전 감독은 계약 연장 없이 팀을 떠났다.
'야신' 김성근 감독도 팀을 재건하지 못했다. 2015년 많은 화제를 모으고 한화 사령탑에 오른 김 전 감독은 2017년 5월 지휘봉을 내려놨다.
부임 첫해 '마리한화' 열풍을 불러일으키며 팀을 10개 구단 중 6위에 올려놨지만, 이후 순위가 한 계단씩 내려가면서 시즌 도중 유니폼을 벗었다. 그가 이글스를 이끈 기간은 2년 5개월 정도다.
김성근 감독은 현재 일본 소프트뱅트 호크스의 코치 카운슬러다. 김성근은 한때 한국 프로야구 최고의 명장으로 불렸다. 하지만 한화이글스에서 큰 실패를 겪으며 하루아침에 명성이 곤두박질치는 불운을 겪었다.
김성근은 한 팀에 오래 못 있는 것으로 유명했다. 이유는 구단 프런트에 전권과 대대적인 지원을 요구하고 충족되지 않으면 프런트와 갈등을 겪었기 때문이다.
한용덕 전 감독도 선배들이 겪었던 일을 답습하듯 무거운 발걸음으로 팀을 떠났다.
한화는 한 감독의 자진사퇴로 공석이 된 자리에 최원호 퓨처스 감독을 대행으로 선임해 급한 불을 껐다. 최 대행은 당장 9일 부산 롯데전부터 지휘봉을 잡는다.
시즌 114경기를 남겨둔 상황에서 한화는 반전을 위해 차기 감독 모색에 들어갔다.
한화이글스 관계자는 "최원호 대행에게 잔여 시즌을 맡긴 것은 아니다"면서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해서는 지속적으로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몇몇 후보군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한화이글스 프랜차이즈 스타인 장종훈 현 육성군 총괄코치를 비롯해 송진우 1군 투수코치, 이상군 스카우트 총괄,이종범 전 한화이글스 코치, 그라운드를 떠나 있는 SBS 이순철 해설위원과 김기태 전 KIA 타이거즈 감독 등이 거론된다.
정민철 단장은 지난 7일 새 감독 선임과 관련해 "1분 1초를 빠르게 써서 결정하겠다"면서 차기 감독 선임에 대해 내부 인사 승격 또는 외부 인사 영입에 대해서는 입장을 밝히지 않아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음을 암시했다.
박병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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